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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말해주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by 신지은


사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중독성 물질이다.

어린 아이들도, 사춘기 소녀 소년들도,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떨리는 설렘, 첫 눈에 반하는 것,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것
또 반대로 이별에 아파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늘 의도치 않은 타이밍에 온다. 자기 마음대로 사랑의 감정을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큐피트의 화살이 진짜 있다면 하고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없다면? 아마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바라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 잊혀질 평범한 인간인 대부분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 세상에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된다.
서로와 매일 연락하고 안보면 보고 싶고,
온 세상이 사랑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과학은 사랑을 어떻게 바라볼까? 사랑에 빠지는 데 이유가 어딨어 라고 생각했던 나다.
사랑에 빠질 때의 그 특별한 감정이 나만의 특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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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대학의 스테파니 카시오포 교수 연구팀은
로맨틱한 사랑이 뇌의 보상 시스템과 굉장히 복잡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2012년 유타대 연구팀은 이어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랑의 일련의 과정이 뇌 2곳의 영역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한 곳은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그리고 한 곳은 꼬리핵(caudate nucleus)이다.

사랑에 빠지면, 이 영역의 불이 켜진다는 것이다.
복측피개영역은 도파민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대표적 영역이다.
누군가를 보고 첫 눈에 반하는 그 순간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그래서 도파민이다.
너 요즘 예뻐졌다 연애하니?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면 아마 도파민 덕분일 것이다.
일단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고통도 덜 느끼고 기분도 좋아진다.
여기에 페닐에틸아민의 수치가 높아지며 콩깍지가 씌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수치가 올라가면 이성이 마비되고 행복감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천연 각성제인 셈이다.
상대를 만날 때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 ‘나 지금 떨고 있어’ 느끼게 하는 건 노르에피네프린이다.
이 때 세로토닌 수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진 것은 강박충동장애상태랑 비슷하다.
이 쯤 되면 거의 마약 중독 상태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보통 이런 극단적 사랑에 중독된 상태는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연애를 하다보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처음의 그 설렘의 감정이 사라질 때도 많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선 ‘이제는 그냥 친구지 뭐~’ 이런 말을 하는 커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사랑의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느낀다.

사실 사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호르몬 분비의 형태가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사랑에 빠진지 1년이 지나면 떨어졌던 세로토닌 수치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난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감정을 깊게 해주는 차분한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은 ‘일찍 태어나다’라고는 그리스어다.

실제로 아이를 낳을 때 자궁의 민무니근을 수축시켜 진통을 유발하고
분만이 쉽게 이루어지게 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면역 기능을 높여주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
오랜 기간 사랑에 빠진 커플이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의 질병이 적고 암이나 수술로 인한 사망률도 낮은 이유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 캠퍼스 연구팀이 평균 결혼연수가 21년 4개월이 지난 사람들 중
여전히 사랑에 빠져있다고 말하는 부부들을 조사했다.
그들의 뇌를 관찰해본 것이다.
공통적으로 복측피개영역과 같은 도파민 활성 영역이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과학이 말해주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우리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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