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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원이샘 Aug 29. 2024

창조의 욕망

모르고스의 욕망의 발현, '오크 Orc'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

너희 강대한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  퍼시 셸리, 1818,  시『오지만디아스』의 한 대목 -


리들리 스콧, 2017, 『에이리언-커버넌트』 중 위 시를 읊는 대목

  왕 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는 지상 유일한 자리에서 기염을 토한다. 아,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란 이런 것이다. 결코 그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간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철저한 숙명이라고 여겨지는 힘의 추구. 현대에 다채로운 인간군상을 엿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자신의 잣대로 삶을 욕망한다. 심지어 중용을 요구하는 것마저 욕망의 변주다. *'서슬 퍼런 칼날은 걸을 수 있지만, 중용은 불가하다.' 성인 Saint이 말하였다. '불가능을 바라는 것'을 '욕심' 아닌 말로 부르려니 입술이 떼지지 않는다.

*自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 『중용中庸』제9장 1절 -


  욕심 없는 인물이 어디겠냐만은, 욕망으로 현현顯現한 인물 중 제일을 꼽자면『반지의 제왕』에는 '사우론'이, 반지의 제왕 신화 격인『실마릴리온』에는 '모르고스'가 있다. 모르고스는 '발라'이자 사우론의 주군이다. 잠시 『실마릴리온』의 첫대목을 보자.



유일자 에루가 있었고, 아르다에서는 그를 일루바타르로 칭했다. 그는 처음에 '거룩한 자'. 곧 아이누들을 만들었고, 그의 생각의 소산 所産인 이들은 다른 것들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그와 함께 있었다.

- J.R.R. 톨킨,『실마릴리온』 중 「아이눌린달레」첫 대목 -


  톨킨은 유일자 '에루'로 하여금 자신을 도울 영靈들을 창조하였는데, 이들이 '아이누'다. 아이누들 중 특히 강대한 자들을 '발라'라 칭한다. ['판타지로 쓰는 에세이' 2화 참고] 모르고스는 발라 중 제일 힘이 센 자다. 그리고 창조에 목마른 자다. 그리하여 에루와 여러 아이누들이 음악으로 세상을 구상하는 동안에 주제에 어긋나는 선율을 기괴하게 섞어 놓는다.

길렘 H. 퐁빌루피의 '모르고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루는 유일자답게 그의 만행을 앞으로 있을 '영광의 곁가지'로 여기고, 세계 창조를 선포한다. 그리하여 '에루의 자손인, 요정과 인간'이 거처할 '아르다 Arda'가 형성되고, 『반지의 제왕』 속 중간계도 이때 다져진다. 발라들에 의해 아르다가 가꿔지자, 때에 맞게 요정들이 먼저 눈을 뜬다. 그들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발라들은 그들을 불사의 땅, '아만 Aman'으로 부른다.


  이 사이에 모르고스는 북쪽에 자신의 요새, '우툼노 Utumno'를 세우고, 발라들이 창조하고 다듬은 것들을 부수고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에루의 첫째 자손인 요정들을 발견했을 때, 그는 어떤 짓을 저질렀을까. 이때 그의 뒤틀린 창조 욕구가 발현된다.

 


멜코르(모르고스의 본명)의 덫에 걸린 불운한 요정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 멜코르의 수중에 들어간 요정은 모두 그곳의 감옥에 갇혔고, 서서히 잔혹한 술책에 의해 타락하여 노예가 되었다. 그래서 멜코르는 요정들에 대한 시기심과 그들을 조롱하려는 생각으로 오크 Orc라는 끔찍스런 종족으로 번식시켰고, 이들은 나중에 요정들의 가장 지독한 적이 되었다.

- J.R.R. 톨킨,『실마릴리온』 중 「요정의 출현과 멜코르의 구금」 p. 83 -


- 피터 잭슨, 2001,『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중 '오크'의 기원을 일러주는 사루만 -

  멜코르는 (...) 반역을 일으켰기 때문에 자체의 생명을 지닌 존재나 그와 유사한 것을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 그래서 오크들은 어두운 가슴 깊은 곳에서 자신들의 비극을 만들어 낸 자를 두려워하며 동시에, 혐오하였다. 아마도 이것이 멜코르가 행한 가장 비열한 짓이자 일루바타르가 가장 가증스러워했던 행위일 것이다. - J.R.R. 톨킨,『실마릴리온』 중 「요정의 출현과 멜코르의 구금」 p. 84 -


  어여쁜 그의 자손들을 가지고 기괴한 괴물을 창조했다. 그리하여 오크와 요정들은 가없는 시간 동안, 끝없이 싸울 운명으로 엮인다. 요정에서 비롯된 오크는 요정을 증오하고, 요정은 자신들이었던 오크를 사냥한다. 오지만디아스의 기염대로 멜코르는 창조주 에루에게 '자신의 위업'을, 절망을 선사했다.

 

'너희 강대한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 그런데 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래처럼 다시 흐른다.


그 곁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삭아버린

그 엄청난 잔해 주위로, 끝없고 황량한,

외롭고 단조로운 모래 벌판이 가없이 뻗어 있네.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 『오지만디아스』의 마지막 연 -


  절망을 선사했을지언정, 종국에는 허무뿐이리라. 바닷물로 갈증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바닷물을 마시면 죽는다. 죽음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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