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레이의 목걸이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by 호원샘
유성처럼 빛나는 샘레이, 남편이 사랑하는 건 세상의 황금이 아니라 아내의 금빛 머리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샘레이..

- 어슐러 K. 르 귄 "바람의 열 두 방향" 중 '샘레이의 목걸이' -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녀는 작품으로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일깨워준다. 그녀가 쓴 SF작품과 환상 문학 중 "샘레이의 목걸이"는 '현존', 즉 '그대로 있음'의 가치를 여실히 강조한다.


셈레이는 왕의 머나먼 후손으로, 유서 깊은 집안 출신이다. 그러나 가난했다. 남편에게 줄 지참금 하나 챙기지 못했다. 할란의 영주, 두르할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그 역시 지체는 높았으나 가난했다. 그가 사랑한 건 그녀였다.


전설에 의하면 셈레이의 가문에 전해져 온 보물이 있었다. '바다의 눈동자'라 불리는, 사파이어가 달린 황금 목걸이. 왕국 전체에 맞먹는 보석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지위에 걸맞은 선물은 선사하고 싶었다. 시누이의 만류에도(그녀는 동생의 긍지가 황금이 아닌, 샘레이에게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바다의 눈동자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보물을 수소문하던 중 그녀는 많은 종족들을 만난다. 그리고 따라다니는 찬사. 바람의 딸, 금발의 샘레이. 그녀의 금발 이외에 다른 황금은 없다는 작은 남자의 외침. 그녀는 여정 중에서조차 그녀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그녀.


결국에는 가문의 위대한 보물을 찾는다. '기나긴 밤'을 대가로 떠났던 여정에서 말이다. 그 보물을 전시했던 타행성의 관장이 순순히 내준다. 그 관장 역시 그녀의 아름다움에 순수한 호기심을 비칠 뿐이었다.


'기나긴 밤.' 9년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기쁘게 할 생각에 하루빨리 오고 싶어 했다. 그녀가 체감한 시간은 단 며칠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영지에서는 9년이 바람처럼 흘렀다. 그녀의 남편 두르할은 전쟁에서 전사했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질수록 보이지 않는 가치는 물질로 대체된다. 아니 그보다 못할 때도 있다. 현재는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다.


그러나 인간이 서로에게 느끼는 유대는 더욱 각박해질 세상 속에서 '방주'가 될 것임을 직감한다. 화목. 사랑. 우정. 이 가치 속에서 샘레이의 목걸이가 필요할까. 노을 앞에서 풀잎은 금빛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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