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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17. 2023

일단 시작해보는 태도

에라 모르겠다!

타지에서 영어로 일을 하다보면 울컥 울컥 서러워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오늘도 그랬다. 분명 내가 억울한 일인데, 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탓도 있으니 참아야지 싶으면서도 답답하고 속상했다.


한참을 기가 죽어있다가 행복 처방이 생각났다. 그래서 피크닉을 처방하겠다고 결심했다. 일을 마치면 12시쯤이니까 아몬드 크로와상과 커피를 사가서 누워서 책을 읽다가 낮잠을 딱 자고 오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았다.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하며 한참을 설레하다가 문득 피크닉 매트가 없는 걸 깨달았다. 창문을 열어보니 바람도 미친듯이 불고 있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아 그냥 가지말까.'

가봤자 낮잠도 못잘 거 같고, 바람때문에 먹지도 못할 거 같고. 에휴 가봤자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간다고 해서 딱히 기분이 좋을 거 같지 않은 거다. 집을 가면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될테고, 그러면 잠깐이라도 가서 기분 전환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걱정들을 무시하고 일단 그냥 가보기로 했다.



일이 끝나자마자 크로와상과 제일 좋아하는 라떼를 주문했다. 그리고 걸어서 공원으로 이동했다. 공원으로 가는 20분동안 새로보는 동네를 구경하면서 요리 조리 골목을 쏘다닐 수 있었다. 공원은 내 생각보다 훨~씬 예뻤고, 피크닉 매트를 대신해줄 벤치들도 아주 많았다. 심지어 테이블도 몇개 있었는데 테이블 주변의 다른 건축물들이 바람도 은근 막아주었다.


결국 내가 걱정했던 일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바람이 정말 미친듯이 부는 탓에 나는 한시간만에 집으로 와야했다. 하지만 한시간동안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에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공원을 가기로 결정한 덕분에 한참을 우울해하다가 끝났을 하루가 다시 생기를 찾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단 해본 일에서 행복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한 번 올려본 첫 게시물 이후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고, 일단 한 번 가본 면접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으며, 일단 한 번 와본 호주에서 새로운 행복들을 경험하고 있다.


참 신기한 매직같은 일이다.


나는 종종 걱정이 많아서 시작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또 완벽하게 준비됐을 때 행동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마다 떠올려야겠다. '일단 한 번 해보는 태도.'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일단 행동하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될테니까.



생각은 적게, 행동은 과감하게.

기꺼이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경험과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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