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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D-67

기대와 걱정

by 푸른국화
불안은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합니다.
숨을 쉬세요. 당신은 강합니다.
할 수 있어요. 하루에 하나씩 하면 됩니다.
(카렌 살만손)


저는 정말 부모님 말씀처럼 허세와 객기를 부리는 것일까요?

아무 준비도 없이 남들 하니까 따라서 하는 걸까요?

겉 멋만 들어서 대책없이 뛰어드는 걸까요?


그래서 오늘은 퇴사를 하였을 때 기대되는 것과 걱정되는 것들을 적어 봅니다.


<기대되는 것>


첫 째, 스스로 사건을 수임했을 때의 성취감.

회사라는 온실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가끔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회사 업무가 아니라 직원들 개인 상담이 쏟아질 때, 거 회사 변호사 우리도 좀 쓰자는 식으로 직원 사적인 업무에 동원될 때, 공짜로 쓸 있는 변호사 뽑아서 복지성으로 돌려 쓰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공짜로 쓰는 변호사라서 누구나 쓰고 싶어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내 돈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내가 그런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습니다.


둘 째, 공감과 지지, 그리고 성장.

사내변호사는 원래 외로운 자리라고 하는데 지금은 외로워도 너무 외롭습니다. 전사가 yes라고 하는데 혼자 no를 해야하고, 전사가 no라고 하는데 혼자 yes라고 해야 하는 순간들이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버거운 것도 버거운 것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남들 yes할 때 같이 yes하고, 남들 no할 때 같이 no할 것 같습니다. 그게 두렵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끼리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나보다 급수가 높은 사람들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아직은 밑천만 까먹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래 일하기 위해선 마음을 다지고 지식은 늘려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셋 째, 근태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삶.

퇴사를 하면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됩니다. 새벽에 하든 야간에 하든, 집에서 하든, 심지어 어디 해외에서 하든 해야 할 일만 하면 됩니다.

월화수목금 9. to 6. 이석금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은행업무나 병원 진료, 차량정비 같은 걸로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됩니다. 주중에 훌쩍 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노트북은 들고가야겠지만요.


넷 째, 미지의 기회들.

맡았던 사건이 큰 이슈가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우연히 만난 의뢰인이 인생의 귀인이거나, 사건이 인연이 되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거나, 봉사하는 마음으로 맡았던 사건이 대박이 되어 주거나. 우연한 기회에 출간이나 강의 기회가 올 수도 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절박해서 한 일이 경력에 한 획을 긋게 될 수도 있고.

이런 일들이 일어날 확률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회사를 다닌다면 0%라는 것이지요. 퇴사를 하면 1%일지언정 가능성이 있습니다. 0과 1의 차이는 보이는 것보다 큽니다.


<걱정되는 것>


첫 째,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둘 째,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셋 째,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넷 째,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퇴사로 포기하는 것은 월급 단 하나. 단 하나이나 너무 큽니다.

더군다나 현실에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을 확정적으로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퇴사로 기대하는 것은 안 해 봤으니 존재해 본 적도 없는 어떤 것들.


어쩌면.

회사의 그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만 할 수도 있습니다.

기대했던 동료들에게선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9 to 6가 그리울 정도로 퇴근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평생 결정적 기회도 귀인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가볼까 합니다. 설령 멀리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한들, 그 때의 저는 지금과 달라져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모습이 꼭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편안함을 선택한다.
하지만 편안함 속에서 이룬건,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는 기억이 된다.
반대로, 독하게 버틴 날들은 평생 자산이 된다.
(라파엘, 당신은 반드시 잘 될 사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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