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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하는 엄마 Feb 22. 2021

아기에게는 얼마만큼의 장난감이 필요할까?

톨스토이의 글 중에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소설이 있다. 그 글에 보면 사람이 얼마의 땅을 가지면 만족할 수 있는지를 ‘파홈’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 준다. 소설을 보면 파홈은 끊임없이 더 많은 땅을 갈망하지만 결국에는 3아르신(1아르신은 72.1cm), 사람이 딱 묻힐 무덤 넓이만큼의 땅밖에는 차지하지 못한다.      

출처-https://www.pexels.com/ko-kr

아기 장난감 이야기하면서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기를 키우다 보면 장난감에 대한 생각이 진짜 많아진다. 적당한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남의 집에 가서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잘 노는 모습을 보면 아기에게 그 장난감을 다시 사주고 싶고 인터넷 검색하다가 좋아 보이는 장난감을 보면 또 사주고 싶다.    

  

조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아기 예쁘다면서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하면 집에 그득히 쌓여 있는 장난감을 보면서도 다른 장난감을 또 사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어떤 사람은 이 정도면 장난감을 이고 있어야 될 판이라면서 집에 있는 장난감 개수에 놀란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년 동안은 아기들에게 장난감이 크게 필요가 없다. 아기 스스로 자라고 발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애씀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부모들도 아기에게 최대한 관심을 가져주고 아기와 신체적으로 자주 스킨쉽해 주는 게 중요하지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도 아기가 장난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그것부터 사주고 싶은 요상한 마음이 든다. 아마도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사는 것에 익숙하고 많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내 안에도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엄마로서 장난감에 대한 내 욕심은 가끔 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내 맘 안쪽에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면 부모로서 역할을 다했다는 잘못된 생각이 가끔 고개를 들곤 한다. 아이가 내가 사준 장난감으로 잘 놀고 엄마를 찾지 않으면 장난감에 대한 내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하며 스스로 만족해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은 굉장히 짧은 경우가 많다. 비용 대비 아이가 이를 활용하는 시간이나 활동은 적은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집에 장난감을 많이 비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육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일 수도 있다.     

 

주변에서 육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장난감이 많이 없어도 아이와 잘 놀아주는 친구들이 가끔 있다. 그리고 내 남편 또한 장난감이 많이 없어도 괜찮다는 주의다. 장난감은 아이를 위한 필수사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말은 참 좋은 말인데 말처럼 잘 되지가 않는다. 특히 아기가 자기의 주장을 내세울 수 없고 엄마의 의지를 그대로 따라야 할 때 더 장난감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아기의 필요를 모르니 더 많은 것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더 많은 장난감에 대한 조급함이 많았는데 아기가 세 살이 되고 보니, 장난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더 많은 장난감이 아닌, 아기에게 진짜 필요한 장난감. 많은 장난감을 나열하기보다는 내가 아기랑 같이 놀아 줄 수 있는 장난감, 아기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장난감 등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에게 장난감을 활용하는 법도 조금 익히게 되었다. 


아기는 빨리 자란다. 내 첫아기도 벌써 키는 두 배가 되었고, 세 살이 되니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아기가 관심을 가졌던 장난감들도 빠르게 잊혀 갔고, 아무리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두어도 아예 관심조차 안 두는 장난감들도 많아졌다. 아기가 빨리 자라는 것만큼 장난감도 쉽게 교체되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장난감은 비싸다. 두 달 혹은 석 달 가지고 놀자고 이런 고가의 장난감을 사는 것은 과소비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중고장터나 지역 중고장터인 당*마켓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 장난감들은 사용감도 별로 없고 새것과 같은데 시중 가격보다 40%~70%의 가격인 경우가 많다. 중고 장난감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중고로 장난감을 구입했다가 되파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장난감을 샀다가 좋은 마음으로 무료로 나눠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지역마다 다 있고 좋은 장난감을 무료나 일종의 대여료를 받고 빌려 주며,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있어서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문화센터처럼 아기에게 유익한 문화 수업도 있어서 엄마들이 자주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턱대고 고가의 장난감을 사기보다는 장난감을 활용한 다음에 대여해서 다시 돌려주거나 싸게 되팔면 여러 

장난감을 접할 수도 있고 아기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도 관찰할 수 있다. 이때 특정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노는 아이를 관찰하다가 그 장난감을 구입하면 장난감에 대한 내 마음의 사치도 조금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어떤 엄마들은 많은 수의 장난감을 아기에게 주기보다는 적은 수의 장난감을 조금씩 내놓아 아기가 장난감을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주고 장난감을 교체해주는 엄마들도 있다. 아기가 하나의 장난감에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장난감은 어떻게 보면 명품을 닮았다. 자꾸 사고 싶고 많이 소유하고 싶으며 소유하면 다 활용할 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명품을 사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명품을 많이 소유한다고 그 만족이 채워지지 않으며 막상 몇 개를 산다고 해도 다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아기에게는 몇 개의 장난감만 필요할지도 모른다. 혹은 아빠와 엄마와 함께 놀 수 있는 장난감 한 개만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많은 장난감이 필요한 것은 아기보다는 어쩌면 아빠와 엄마인 것은 아닐까. 솔직히 나도 답을 모르겠다. 이 문제는 내게도 참 어렵다. 도대체 아기에게는 얼마만큼의 장난감이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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