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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 Jun 05. 2022

결국 아파트 투자를 질러 버리다.

경제적 자유의 시작 9.

아파트 임장을 마치고 저녁쯤 소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매도자분께서 계속 가격을 내린 터라 아마 이것보다 더 낮추긴 어려울 거 같다네요. 죄송해요.'

'아, 그 물건 진짜 사고 싶은데, 아쉽네요.'


부린이였던 나는 상대에게 나의 속마음을 보이고 말았다.

 

즉, 내가 지금 매우 급하고 조급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pixabay


부린이였던 나는, 그때만 해도 조급함을 보이면 가격을 더 깎아줄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린 시절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모님에게 떼를 쓰면서 고집을 피우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던 경험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바깥세상의 협상에서도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안(가정)과 달리 바깥세상은 내 마음대로 녹록지 않았다.


아무도 나의 떼쓰는 것을 받아주는 이는 없었다.


결국 협상의 승리를 위해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급한 사람이 손해 본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이다.


본심은 언제든 숨기고 있어야 한다. 무표정, 담담함, 자신감, 여유 등이 필요하다.


@pixabay


부동산 소장님한테 바보같이 나의 속내를 한번 더 밝혀버렸다.


'아까 부동산 본 게 있었는데요. 그 소장님은 엄청 더 싸게 판다네요. 아무래도 거기랑 계약할 거 같아요.'

'혹시 얼마에 판다고 하던가요?


이때 굳이 말해도 되지 않을 것을 말해버렸다.

'XX 만원에 판다네요.'

굳이 가격을 오픈을 해버린 것이다.


그 뒤 B아파트가 기본적으로 더 비쌌지만 내부가 오래돼고 더 낡았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내부 리모델링을 한 A 아파트가 깨끗하고 좋아 보였기에 정말 무척 마음이 끌려버렸다.


@pixabay


며칠이 지나고 고심 끝에 나는 A 아파트가 궁금해서 소장님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혹시 저 그 부동산 진짜 사고 싶은데 가격 조절 안 한대요?'

'네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신혼부부들께서도 집을 산다고 부동산 보러 온다네요.'


이기는 협상의 규칙 중에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숨겨진 경쟁자를 두는 것이다.


그때 진짜로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왔는지 안 왔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부동산 소장님은 숨겨진 경쟁자를 드러내면서 나를 더 혹하게 만들었다. 나는 숨겨진 경쟁자 때문에 더 조바심을 냈다.


결국 나는 처음 가격에 그대로 샀다. '제가 매수할게요.'


그렇게 나는 첫 부동산 투자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평범한 성과의 투자였지만, 투자금액보다는 더 큰 것을 많이 깨달았다. 당시 비싸게 샀다고 생각했지만 저점에 구입한 터라 크게 걱정은 없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한 가지 더 깨달았던 부분이 있다.


동네에 모여있는 구축 아파트는 이미 아파트 시세가 순위별로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과거에 제일 비쌌던 아파트를 매수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 가장 제일 쌌던 아파트를 매수했다. 이유는 매도자의 리모델링으로 인해서 너무 깨끗하고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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