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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치즈 Sep 14. 2024

ㄱㅎ 하면 생각나는 것은?

초성게임

고혹.

ㄱ ㅎ 초성을 보는 순간 떠오른 단어다. 나는 왜 갑자기 이 단어를 떠올렸을까. 


‘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대부분 자신의 계속적으로 생각해 오거나 평소 중요시하는 단어일 가능성이 많아요. ’ 한 프로그램에서 초성게임을 하던 패널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상하다. 그 정도로 나에게 의미 있는 단어가 절대 아니기에. ‘고혹적이다’ 하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치명적으로 아름답거나 유혹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살면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 또한 단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다. 오히려 그 말에 약간 반감이 있다면 모를까.  


“외적인 치장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거야. “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특히나 외모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딸에게 한동안 자주했던 말이기도 하다. 하긴,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가장 신나게 논다고 하지 않았나. 한국에서 고등학교 입시를 겪은 나 때와 비교할 순 없지. 물론,  자신을 가꾸는 것도 자기 관리 중 하나임을 알지만 그것에 대한 시간 할애가 많아지면서 등교 및 외출 준비에 더욱 부산을 떠니 그 모양새가 좋게 보일리 없다. 사실 한창 외모 꾸미기에 재미있을 나이긴 하지.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지금껏 메이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는 솔직히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싶다. 


"미국은 중학교부터 메이크업 많이 하긴 하더라고. 내가 특이하긴 한 것 같은데 이해가 안될 때가 있어. 솔직히 너무 외모 가꾸기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마음에 결핍이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 좀 오버인가?"


가끔씩 내 생각이 너무 고리타분한가 싶을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언니를 찾았다. 미국에서 자란 언니라 나보다는 미국 문화를 더 잘 알겠지. 내말이 끝나자마자 역시는 언니는 동의는 커녕 내 등짝을 때리며 말한다.


“네가 이상한 거지. 고등학교 때 책만 보는 네가 진짜 특이한 거 아니니. 데이트 한 번도 안했다는게 제일 신기해. 난 지금도 메이크업 안 하고 나가라고 하면 벌거벗고 나가라고 하는 것 같더라.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게다가 네 딸처럼 얼굴 예쁜 애면 당연히 화장할 맛 나지.”


 그래 이 언니한테 혼날 줄 알았다. 이 날도 언니는 화사한 메이크업에 맵씨 좋은 패션으로 등장, 비비크림만 겨우 바른 나는 갑자기 트렌디함에서 멀어진 쭈그리가 된다. 언니는 오히려 자기 딸 중학교 들어가는 생일 때 화장품 냉장고를 사줬다니, 결국 난 ‘전형적인 고리타분한 코리안 맘’으로 전락하고 만다. 역시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해봐야 한다니깐. 내 생각의 확장이 또 이루어진 순간이다. 그럼에도 비단 외모만 예쁜 것을 추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예쁜 사람보다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해. 아무리 예뻐도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그 사람 표정이 점점 그렇게 변해져. 결국 그 사람의 말이나 생각, 마음의 태도가 나이가 들수록 진짜 내 외모를 만들어 주거든.”


나이가 들수록 ‘품격 있게 늙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 요즘, 어쩌면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매력이란 단순한 외모에서 오는 것이 아닌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에서 ‘고혹’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요즘 메이크업 트렌드를 주제로 아이와 이야기하며 기분을 좋게 해 주다가 슬쩍 ‘마음속 아름다움’의 중요성에 대해 쓱 첨언을 한다. 그때, 나에게 아이가 크게 깨달은 듯하는 말.


“아 그래서 엄마가 아빠랑 결혼 한 거구나. 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에 끌려서. 그렇지?”

"어...? 뭐 그런셈이지."


갑자기 왜 그리로 말이 흘러갔을까. 그런데 섣불리 ‘아니다’라는 말도 안 나온다. 나의 이상형에는 애초에 ‘외모’라는 항목이 없었으니. 그 말에 수긍 아닌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아빠, 들었어? 엄마가 아빠 못생겼대! 크크크”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난거지. ‘뭔 일인가 ‘하는 표정의 남편. 소파에 가만히 있다 돌 맞은 격이 됐다. 미안해 남편. (매력적이라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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