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달과 하늘은 모르는 세계. 지하로만 이루어진 통제된 세계. 지상의 숲은 환상 혹은 환영 속에 감춰 둔 세계. 그곳에서 열다섯의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본 적 없는 우주를 가상세계로만 꿈꾸는 경비원 마르코, 지상 탐사를 꿈꾸며 긴 시간을 살아온 유오, 그런 유오를 남몰래 지켜보던 소마, 쌍둥이 자매와 우연히 극과 극의 운명을 나눠 가진 의주,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이 생긴 치유키.
하나의 감정이나 하나의 꿈이 유별난 것으로 치부되는 '닫힌 세계'에서 그들은 '주어진 삶'에 순응하듯 살아간다. '조상들의 사치품'이었다는 '음식' 대신 VA2X라는 약을 먹으며, 몸에 내장된 칩으로 개별 신상을 통제받는다. (이 부분에서는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가 떠올랐다.) 지하 밖 세상은 조금 흉흉한 소문으로만 전해 들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람을, 사랑을, 세상을 차차 알아가며 도전과 모험 쪽으로 생의 방향을 서서히 틀기 시작한다.
소마가 '유오 같은 유오'를 둘러메고 오른 그 자리에서 그들은 과연 '세상'을 만날 수 있었을까.
평범한 이끼가 된다 해도 좋다던 그들. 제대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하늘과, (벽인 줄 알았던) 큰 나무와 수많은 이름을 지닌 달과 숱한 별들을 온전히 맛볼수 있다면...
소마, 유오, 마르코, 의주, 의조, 치유키...
그들은 어쩌면 도착하지 않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오기 전에 지금의 우리도 아직, 시간이 있다. 사람에, 일상에, 자연에 감탄하고 그것들을 존중하고 사수할 마지막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
단지... 그것을 지금의 우리만 모르고 있을 뿐.
닫힌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아니라 우리일지 모른다.
1. 관전 포인트: 지하로만 가득한 미래의 세계, 감당할 수 있겠는가.
2. 명장면: "나는 우리가 이끼였으면 좋겠어. 바위틈에도 살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살고 멸망한 도시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잖아. 고귀할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 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247쪽)
3. 추천 독자: 자연의 기적을 이미 체득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기후 위기란 것에 당최 관심이 없는 사람들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