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라는 책을 혹 보셨다면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얼마나 엉뚱했는지 기억하실 거다. 약 10년 전에 읽었던 '공중그네(2015)'를 떠올리며 집어든 '라디오 체조.' 오쿠다 히데오 작품에 한때 빠져 지냈다. 그러나 약간은 뻔해진 위로에 그간 '이라부'식의 위로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맞닥뜨린 '무려' 9년 만의 위로. 말 한마디 시원하게 내보내지 못하는 사람, 모범생으로만 살았기에 흐트러진 공기만 맡아도 광장공포증이 생겨 버리는 사람, 내 생활 반경을 넘어선 곳에서는 활달했던 자신을 통째 잃어버리고야 마는 사람, 방구석에 박혀 사람과 어울리는 대신 주식 그래프와만 어울리는 사람 등등. 그들의 현상과 증상이 빚어낸 '보이지 않는 상처'들은 내 호흡까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나도 한때는, 아니 지금도 이따금 <심장의 방망이질과 거북한 호흡과 지진이 날 듯한 동공>을 지니고 산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을 뚜렷이 찾지는 못하여 이렇게 열심히 쓰고 또 쓴다.)
말도 안 되는 해결 방식으로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들 때도, 나 몰라라 하는 듯한 처방 미션에 환불 욕구가차오를때조차도 환자들은 이라부를 떠나지 않는다.어쩐지 미심쩍어하며 이라부 박사의길을 따라 걷게 된다. 때로는 과하고 때로는 이런 의사가 어디 있겠어,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명쯤 이 세상에 이라부와 같은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라부와 같은 용기를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어도 좋겠고.)
지금까지,
지칠 이유가 하등 없는데도 자꾸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 꺼내 보면 좋을 책, '라디오 체조' 리뷰였다.
1. 관전 포인트: 나라면 이라부의 말에 따랐을까?
2. 명장면(한 줄):"이라부가 한 말은 옳았다. 나는 지각을 해야 한다." (238)
3. 추천 독자: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꾸만 세상 앞에서 움츠러드는 독자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