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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암 May 06. 2019

#04_반복적인 움직임을 지양(止揚)하라

성장(成長), 소홀히 여겼던 움직임의 위대함

반복적인 움직임 수련의 효과는 동작이 반복될수록 신경세포가 수초화가 되기 때문에 정보전달이 빨라진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속도는 사고를 판단하는 것보다 감각적으로 반응해 신속한 행동을 보여준다. 때문에 목표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속도를 줄이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세포의 수초화(상)



"노트북 키보드 키 입력 패턴"


MS사의 노트북을 몇 년간 사용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몇 년 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그는 키보드 사용에 어려움 없이  빠른 타자로 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MS노트북에 수명이 다해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해야 했다. 이번에 동일사 제품이 아닌 경쟁사 Apple 노트북을 구매하였다. 하지만 빈번히 오타가 발생했다. 물론 Apple사 노트북도 동일한 글자 위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몇몇 기능 버튼들의 위치가 MS사와 차이가 있어 오류가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키보트 기능 버튼의 차이

MS사 노트북 한/영 버튼: 하단 위치

Apple사 노트북 한/영 버튼: 왼쪽 중단 위치(caps lock 병행)


사실 이러한 결과는 Apple사 노트북의 미숙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오류의 형태가 MS사 노트북의 키 입력 패턴이라는 점이다. 즉 오류의 원인이 과거 MS사 노트북을 장기간 사용하면서 MS사 키 입력 패턴이 신경세포의 수초화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Apple사 노트북의 키 입력 패턴은  아직 신경세포를 수초화 시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손가락만 사용하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반복적인 움직임 수행에 대한 오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육상선수와 축구선수의 달리기"


오랫동안 육상선수 생활을 한 선수가 있다. 그는 10여 년간 100m 달리기를 해왔다. 그러던 중 그의 빠른 스피드를 보고 축구 업계에서 그를 스카우트하였다. 그는 볼을 다루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 공을 드리블하면서 빠른 스피드를 내야 하는 공격수에 아주 적합한 선수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의 취약 부분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것은 상대 수비수가 있을 때 전혀 제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10여 년간 100m 육상선수를 하면서 항상 직선 경로만 달려왔다. 길은 하나뿐이고 그 길을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하는 것이 오랫동안 그의 목표였었다. 그리고 그의 몸도 직선 트랙만 달리게 끔 설계되었으며 그것은 직선 달리기에 대한 신경세포가 아주 강하게 수초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축구는 직선 경로가 아니며 오히려 많은 경로를 창조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 상당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을 수가 있다. 1986년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경기에서 하프라인부터 7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은 마라도나를 보면 그의 움직임이 얼마나 창조적인지 경의를 표하게 한다.



"요가와 역도의 스쿼트"


일반적으로 요가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역도는 단단하고 힘이 넘치는 움직임을 생각할 것이다. 사진을 보면 그들의 외모만큼이나 움직임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생체역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쪼그려 앉는 스쿼트를 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신경반응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스쿼트이지만 스쿼트 자세에서 더 많은 움직임과 유연성을 요구하는 요가와 스쿼트 자세에서 무거운 중량을 버텨야 하는 역도는 신경세포의 발달과정이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생체역학: 인체를 하나의 기계적인 구조로 보는 관점, 역학적 원리로 움직임을 분석하는 이론



요가 수련으로 오랫동안 스쿼트 동작을 반복했다 하더라도 중량을 이용한 스쿼트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역도 동작을 흉내내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역도로 고중량 스쿼트를 많이 훈련했다고 해서 맨몸 스쿼트에서 유연한 상체 움직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오랜 기간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해당 동작에 대한 수초화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유연성이고 근력이지만 안으로 깊이 보면 해당 경험에 대해 신경세포가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강한 단 방향보다 적당한 다 방향 수초화"


반복적인 움직임의 긍정적 효과는 무수히 많다. 그리고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편향적인 움직임은 우리 몸을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 고립된 패턴에 적응한 몸은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더 제한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제한적인 반응은 에너지의 누수를 만들고 누수는 신체에 문제를 만들게 된다. 반면 다양한 패턴에 적응한 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세포의 고밀도 수초화는 선수들이나 전문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앞에 어떤 상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효율적인 삶을 위해서 다양한 신경세포의 수초화는 강조될 필요성이 있다.






"추상적인 사고에서의 부정적 효과"


앞서 본 내용들은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예시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경세포 수초화는 물리적인 현상뿐 아니라 지적 현상인 사고, 판단 등 추상적인 생각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 해왔던 방법을 고수하는 것을 한 예라고 볼 수 있는데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환경 등 여러 가지 변수들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고민하지 않고 과거와 동일한 방법으로 대처하려는 경우가 많다. 주변인들에게 이러한 모습은 고집불통, 답정너, 꼰대 등으로 보일 수 있으니 열려있는 사고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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