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암 May 01. 2019

#03_반복적인 움직임을 지향(志向)하라

성장(成長), 소홀히 여겼던 움직임의 위대함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 20,000시간을 투자해야 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전문가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몸으로 하는 영역은 연습과 훈련이 끝이 없다. 보지 않고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 확대경 없이 먼 거리에서 10점을 맞추는 양궁선수, 대단한 동작이 아닌데도 후광이 비치는 요가 고수의 아사나. 잠깐의 움직임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티비 원더


모든 걸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야 있겠지만 재능은 디딤돌이지 원동력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원동력은 그 사람이 한 노력과 경험이다. 이러한 노력과 경험은 물리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만 1년 정도가 되면 조금씩 걸음을 띄게 되는데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떡! 하고 걷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사이 걷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반드시 존재한다. 걷는 행위는 너무나 보편화된 행위라 당연시하는 느낌이 있다. 걷기보다 어려운 운동이나 스포츠를 생각하면 공감이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타고난 재능(소위 '운동신경'이라 하는)도 있겠지만 축구를 잘하는 친구들은 축구하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한다. 또한 즐겁기 때문에 반복하게 된다. '즐거움'과 '반복'이라는 요소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면 축구를 잘하기 위한 이만한 동기부여는 없을 것이다.


정보 처리 과정



"입력 > 처리 > 출력"


축구를 잘한다는 것을 신경과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하거나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은 모두 시간이 소요된다. 정보를 받고(감각) 처리(뇌)하고 출력(운동)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시간은 개인차가 발생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신속할 것이고 경험이 없는 사람은 느릴 것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와 평범한 축구선수의 차이는 신속성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관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에게 전기 화학적 신호주고 받으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의 구조


여기서 말하는 정보는 생리적 정보와 지적 정보 모두를 포함한다. 즉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정보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교환되어야 한다. 정보는 일반적으로 세포체(cell body)에서 축삭(axon)을 통해 축삭 종말(axon terminal)에 있는 시냅스로 보내지게 되는데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게 부분이 축삭이다. 축삭은 통신시설의 전선 역할을 하는 통로라고 볼 수 있는데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와 연관이 있다.


통신시설의 전선 = 신경세포의 축삭



"캥거루 도약 기법"


축삭은 정보를 전달하는 전선이지만 전달 속도를 4G, 5G처럼 빠르게 만드는 게 말이집(myelin)이다. 축삭에 말이집이 감싸져 있는 현상을 "수초화"라고 하며 이는 전선에 피복이 감싸져 있는 것과 유사한 형상을 보이고 있다. 축삭이 수초화가 되면 마치 캥거루가 지면을 도약하듯 정보전달이 훨씬 빨라지게 되는데 말이집이 두꺼울수록 더욱 빠른 전달 속도를 내게 한다. 앞서 이야기한 고수들의 말이집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전문 피아니스트가 수초화 정도가 일반인의 수초화 정도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


반복 수련에 대한 효과

인문적 표현 : 경험을 통한 성장

과학적 표현 : 신경세포의 수초화 현상


정상적인 말이집과 손상된 말이집


다른 예로 실제 위급상황 발생 시 자신의 신체를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예방은 반복 훈련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반복적인 상황 훈련이 실제 상황에서 빠른 판단력과 신속한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이집이 손상되면 정보전달 속도가 감소하거나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흔히 노화로 나타나는 인지 능력 저하가 신경세포 자체의 손상보다 말이집 손상으로 수초화가 감소되었다는 증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서적 '이타주의자들의 은밀한 뇌구조' 참조)




"사실은 경험 부족"


결국 우리의 모든 활동은 신경세포의 정보교환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교환은 그 행위를 반복할수록 빨라지고 정확해진다. 우리가 어떠한 공부를 하고 어떠한 운동을 할 때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쉽게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수초화가 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아직 수초화가 되기엔 노력과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헬스를 하는데 근력이 오르지 않는다면, 요가를 시작한 지 쫌 됐는데 몸이 아직 뻣뻣하다면, 발표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부족하다면... 다시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아직 수초화가 되기엔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재능을 논하기엔 오히려 겸손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재능을 평가하기 전에 노력과 경험이 충분했는지 먼저 고려해 보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