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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암 Sep 08. 2019

#01_움직임은 즐거운 놀이

성장(成長), 소홀히 여겼던 움직임의 위대함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1872~1945)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 칭하였다. 하위징아는 인간의 본질은 놀이를 하기 위함이며 이것은 단순한 놀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창조활동 그리고 학문과 예술에 발전을 기여하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듯 생물학적으로도 놀이는 높은 차원의 행위이다. 놀이를 한다는 건 그 생명체가 고등하다는 걸 의미하며 놀이 시간이 길면 길수록 지능이 높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체 중 인간은 놀이 시간이 가장 길다.


놀이의 3가지 행위

재미를 얻기 위해 하는 행위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행위

외부의 강제에 의한 게 아닌 행위



운동은 어떤 면에서 놀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놀이가 되지 못한다. 취미로 하는 축구는 쾌감을 주는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지만 비만인에게 유산소 운동은 마냥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은 놀이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관람객과 달리 직업으로 하는 선수들에겐 노동이 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노동이나 일도 놀이가 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노동과 놀이는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다.


노동: 진지한 것, 피곤함과 고됨이 따르는 것

놀이: 자기 목적적, 자기 충족적, 쾌감, 자발적 또는 해방적인 것




"놀이, 성장의 원동력"


놀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놀이는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걷기까지 놀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영유아기 아기들은 운동을 통해 몸을 성장시키지 않는다. 정형화된 학습이나 교육이 아기들을 걷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놀이를 통해 몸을 성장시킨다. 특히 기능 놀이(손, 발을 사용하고 감각을 익히는)는 움직임을 성장하게 한다. 아기들에게 움직임은 놀이 그 자체이다. 호기심은 아기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며 이러한 놀이 과정에서 구르고, 뒤집고, 기고,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신경 발달을 촉진하게 한다.


놀이에 대한 학설

잉여정력설: 일을 하고 난 뒤 나머지 에너지 소비

생활준비설: 예측되는 생활을 준비하기 위함(육체적 사냥 기술)

반복설: 과거 선조들의 문화활동을 뒤풀이(사회적 관계 형성)

휴양설: 피곤을 덜기 위한 행위(휴식)


아기들은 놀이를 통해 탐험하고 실험하면서 움직임을 발달시킨다. 그들은 매번 같은 형태로 움직이지 않으며 같은 움직임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항상 다른 동작을 시도하고 늘 새로운 변화를 갈망한다. 탐험은 위험이 존재하고 실험은 실패가 수반되지만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적의 몸 사용법을 익히게 된다. 때문에 놀이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며 다양한 해결책들은 몸을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숙달하게 한다. 반면 정해진 패턴이나 규정 속에서 아기들을 움직이게 한다면 놀이가 될 수 없으며 자유로움이 결여된 형식에서 창의성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신경발달학적 시퀀스



"놀이, 그 자체로 즐거움"


놀이는 대가가 항상 존재하지 않아도 되지만 노동은 항상 대가가 존재해야 한다. 노동은 당장 즐겁지 않더라도 향후 받게 될 물리적 보상을 기대하며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노동에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면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왜냐하면 움직여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놀이는 대가가 항상 존재하지 않아도 우리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놀이, 그 자체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가가 존재하는 놀이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놀이도 결과보다 그 자체의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즐거움: 통념상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긴장감, 성취감, 기쁨 등의 정신 상태


현대 사회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유형은 운동 자체에 즐거움으로 느끼는 사람이고 다른 한 유형은 운동을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육체적인 측면에서 두 유형이 동일한 움직임을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에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반면 운동을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은 움직이는 행위를 일처럼 생각하고 운동이 끝나기만 바라게 된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분리된 형태로 운동하다 보면 움직일 때의 몸 감각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잡념들에 계속 휘둘리게 된다. 결국 이러한 태도는 운동을 포기하는 원인이 된다.



최근 기술 발달로 인하여 각종 게임이나 놀거리들이 많아졌다. 특히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디지털 게임의 보편화는 과거와 다른 놀이문화를 생성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놀이 형태는 육체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한다. 새로운 놀이 형태 역시 즐거움을 주지만 몸을 이용한 움직임 놀이는 인체의 모든 감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또한 움직임 놀이는 육체적 감각, 감정과 감성 그리고 정신을 연결하기 때문에 그 혜택은 제한된 형태의 움직임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몸을 이용한 놀이는 같은 형태라 해도 항상 새로움 감각과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몸으로 할 수 있는 움직임이 무한정하며 같아 보이지만 늘 다른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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