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심플 Jul 05. 2021

9) 거미라도 될 걸 그랬어

만약 돌아간다면?


처음엔 남탓을 하며 자기연민에 빠지더니, 이젠 자기경멸에 빠져 후회를 하고 있다.

과거의 가지 못한 길을 서성이며 질척이고 있다.


 이건 거의 호크룩스를 지닌 해리포터급 고구마 전개, 추노의 언년이 만큼이나 민폐 캐릭터가 바로 나인 상황이다.


정신을 차려야한다. 답답이 주인공 옆엔 항상 피해를 입는 주변인들이 생기므로.


예전엔 티비 프로그램에서 종종 사회자가 짖궂은 질문으로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냐는 질문을 할때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저걸 왜 물어보지?'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허덕일때 수만번은 상상한 것이 있다.

'내가 과거로 돌아 갈수있다면?'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과거의 선택들을. 결혼과 육아가 아니라 그냥 꿈을 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에 휩싸여 만사가 다 귀찮게 여겨졌다.


해서, 글쓰기 플랫폼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때 주부도 엄마도 아닌 오롯이 나만을 표현해야겠다 생각했다. 그치만 그건 불가능하단 걸 아는데는 오래지 않았다. 그것들을 내게서 떼어내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는 더 이상 혼자로써도 충분했던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내가 이룬 가정은 이미 내 일부였다.

그 사실을 이젠 인정해야 했다.


짖궂은 질문을 되돌려받자  "네! 과거로 돌아갈수는 없으니까요."라고 답했던 사회자 신동엽씨 말대로, 애초에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됐다.

나는 이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마칠 때가 됐음을 알았다.


이전 08화 8) 천사라 불리는 그녀의 실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