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힘들지 않아, 이 거친 세상에 뛰어든 건 나니까.
일본 소년만화의 시작처럼 희망차고 패기로웠다.
현실에서의 3개월, 그냥 힘들고 어렵고 거칠다. 나는 힘을 더 내서 쉬운 선택을 하고 더 거칠어져야 했다.
지역 구석구석을 떠돌다 베트남을 찍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확정된 날,
나는 전라 지역으로의 발령을 받았다.
지역에 대한 감정은 없다. 서울, 경기, 경상 지역을 무수히 떠돌았지만 전라 지역은 타국으로의 발령으로 느껴졌고 인사 명령을 불복하기 위한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나의 라이프가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이기 때문에 꽤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1. 어느 정도의 결정권을 가진 인사 담당자의 MBTI는 **F*
그렇다면 우선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는 범위 안에서 감정적인 호소를 하자.
2. 라이프에 있는 큰 이벤트(경조사)나 건강 상의 문제는 어떤 회사에서든 인사 결정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한 상태이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두 가지의 사유는 회사에서 거절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준비된 면담은 인사 번복으로 이끌어 서울 정착에 성공한다.
얼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최악을 피하기 위한 고민과 선택을 반복한 끝에 새로운 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 복귀 이후,
첫 착임은 전시, 쇼핑, 문화, 식음료,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에 위치했다. 출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동그란 초록색의 노선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선으로 이어져있는 환승 구간을 사람들과 줄 맞춰 엇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으면 패싸움을 하러 나서는 사람들 같았다.
사실 이른 아침부터 다들 본인만의 싸움을 하고 있겠지. 누군가는 피로와의 사투. 곧 마주할 직장 동료들, 상사, 고객을 떠올리며 쉐도우 복싱을 한다거나 혹은 저마다의 이유로 출근이 싫은 본인과의 처절한 싸움을 하며 걷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무엇과 싸우고 있을까. 무엇을 이겨보려고 속으로 외치고 있을까.
힘들지 않아! 이 거친 세상에 뛰어든 것 나니까! (또르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