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계절이 지나면 2

마음에도 그런 계절이 옵니다.

by songsari

마음에도 우기가 있다.

마치 비 오는 날처럼 고작 하루라는 시간 안에 스콜이 쏟아지다 맑아지기도 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면 며칠 내내 흐리다, 왈칵 비가 쏟아지고, 다시 해가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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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내가 정할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정할 수 있다고 믿던 나는 요가원에 갔다.

울창한 열대 나무들 사이 작은 연못을 건너 위치해 있던 요가원은 오렌지빛 고양이도 함께 기지개를 켰다. 고통스러운 하타요가에 땀범벅이 되기도 하고, 수행 중 폭우와 돌풍으로 요가원의 풍경이 괴성 지르며 요가 매트가 닥터 스트레인지 망토처럼 날아다니기도 했다. 고작 한 시간 수행을 하면서 힘에 부쳤던 나는 폭우 뒤 수습을 하느라 수행 시간이 줄어드는 게 흡족하곤 했다.

이윽고, 잠잠해진 하늘은 침착하게 남은 비를 뿌렸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와 요가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게으름에 지배당한 건지, 더 이상 우기라고 여겨지는 마음의 고통이 없는지 요가원으로의 발걸음을 끊게 되었다.


테니스를 시작한 시기는 건기였는데 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운동이다.

한국에는 실내에 테니스장이 많지만 내가 살던 곳은 대부분 실외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린이 같은 실력이지만 직장 동료와 공을 주고받다가(공을 줍고 또 줍다가) 맞았던 비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뜨겁게 달구어진 양 볼과 함께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들도 깨끗하게 씻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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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럽게 책을 읽었다.

한 달간 여섯 권이면 하루에 일곱 시간을 자고 11시간가량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에게는 빠듯한 시간이다. 비법은 읽어지는 책을 읽는 것. 나름의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쓰고 싶은 글이 아닌 써지는 글을 쓰는 것.

그리하여 맛 좋은 간식을 꿀꺽 삼키듯 읽은 책, 첫 번째는 고층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양유진 작가의 책인데 사실, 빵 먹다 살찐 떡이라는 유튜브를 구독하다가 항상 웃기고 화목한 가정환경의 작가는 하루도 빠짐없이 행복하고 행복했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읽었다. 내 막연한 상상과 다른 그녀만의 얘기는 내 머릿속 얽혀있는 실타래를 한 풀 걷어주었고 조져버린 건 잊을 수 있게 되었다.(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위해 여러 가지 우산을 펼치고 접었다.

누구에게나 비 오는 날은 있고 우리는 그때마다 적절한 우산을 펼치면 된다. 누군가는 빗속에서 춤을 추라고 했지만 나는 나의 우산 속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이제는 종종 비 오는 날을 기다린다.

공기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

물론 마음의 호우를 기다리지는 않지만 갑작스러운 스콜이 쏟아질까, 불안하지 않다.

비 오는 날에 대한 나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 환경에 대한 적응과 태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건기가 돌아왔다. 비 오는 시간은 차츰 줄어들고, 맑고 시원한 날이 늘어났다.

천둥소리는 예전보다 덜 무섭고 천둥은 천둥일 뿐이야, 내 안락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오지 못함을 되뇌며 침착하게 잠을 청한다.


그렇게 녹색 계절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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