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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Oct 30. 2020

드디어 기공식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드디어 안성의료협동조합 신사옥 기공식을 하였다. 7월이나 8월에는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늦어졌다. 모든 공사 준비과정이 그렇지만. 드디어 10월 중순부터 땅을 파기 시작했고 10월 29일인 오늘에야 기공식을 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기다렸던지.

 여기까지 오는 길은 참으로 지난했다. 현재 농민의원과 농민 한의원, 새봄 치과가 있는 건물은 1997년에 이사를 하여 23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는 많이 낡아 이런저런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중요한 것은 노인 환자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건물인 것이다.  

 이전부터 중장기 발전 계획에 내 건물 갖기 운동을 세우고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건물이 나왔다. 적극적으로 검토를 시작하였으나 이것저것 재보다가 결정이 되기도 전에 다른 데로 팔려 버렸다. 그때 마침 박중기 이사장님 집안에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땅을 팔 거라는 소문이 들렸다. 구시가지이긴 하지만 입지가 나쁘지 않은 시내 땅이었다. 실무자들은 이사장님께 다른 곳에 팔지 말고 그 땅에다 건물을 지어 이사를 가자고 설득했다. 이사장은 본인이 관련되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거절하셨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2018년 11월에 내 건물 갖기 추진위원회를 정식 발족하였고 총회에 안건을 올렸으나 이견이 많았다. 구도심인데 운영이 어렵지 않겠느냐, 비싸다, 더 좋은 땅도 많다, 이사장 땅인데 비리 있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추진을 한 사람들은 이것저것 다 고려해보고 결정을 한 거지만 조합원의 의견이 이러하니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었다. 이전에 놓친 건물 생각으로 또 놓칠까 봐 조금 성급하게 추진한 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조합원들이 몇 개의 부지를 추천해 주셨다. 최종 4개의 부지를 놓고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받았다. 선정 기준은 정류장과의 거리, 경유 버스 수, 인접도로 거리, 차량 유입량, 상가 집적도, 1층 판매업, 동일 점포 밀집도 등을 분석한 후 1. 매출 확대의 여지 2. 비용절감 가능성 3. 고령 친화적 공간 구성 가능성 4. 신규 사업에 진출할 공간 여력 등을 평가하였다. 7개월 동안 진행이 되었으며 원래의 부지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결과물을 가지고 15개 읍면동을 다니며 대의원 설명회를 가졌다. 2019.12월에야 총회에 안건 상정을 하여 대의원의 승인을 받았다. 한걸음 빨리 가려다가 열두 걸음은 늦어진 셈이었다. 그 안에 조금 더 이율이 낮은 자금도 놓치긴 했지만 돈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모이는 것이 중요했다.

 기공식에서 박중기 이사장은 “오늘 이후 신사옥은 하나의 건물의 가치를 넘어서 지금까지 인정받았던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호혜의 경제, 공생의 경제가 지금보다 백배 이상 확장될 것”이라고 하였다. 초대 이사장을 지낸 이수청 님은 “힘없고 기댈 데 없는 농민이 힘을 모아 만들었던 의료협동조합이 이런 결실을 맺어가서 감회가 새로우며 이 운동이 전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라고 하였다. 연합회 회장인 경창수 님은 초대에서 5대까지의 이사장님 성함을 일일이 기억하여 부르며 감사를 전하였다. 다른 의료협동조합에서도 오셔서 마치 자신들의 건물을 짓는 것처럼 기뻐하였다. 안성이 의료협동조합의 메카로서의 상징을 갖는 중요한 건물이 될 것이라며 길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도 의료협동조합 자랑을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건강을 지키고 아플 때 치료받으며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필요한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거다. 가정간호, 방문간호, 방문요양, 주간보호센터까지 통합 돌봄을 본격적으로 할 거다. 건강한 지역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와 실천이 샘솟기를, 안성을 협동조합의 도시로 변화시킬 동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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