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by 초동급부
하나.. 좋아하는 마음은 차갑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같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은은한 향수 같은 거래

두울.. 좋아하는 사이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사랑하는 사이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거래

세엣.. 좋아하는 마음의 표현은 사탕을 선물하는 즐거움이고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은 굵은 장미 한 다발을 들고 기다리는 마음이래

네엣.. 좋아하는 마음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라면
사랑하는 마음은 밤새도록 쌓이는 흰 눈아래

다섯.. 좋아하는 마음이 빨간색이면
사랑하는 마음은 새 파란색 이래

여섯.. 좋아하는 마음이 프림 섞인 Cofee라면
사랑하는 마음은 아무것도 섞지 않은 Black Cofee래

일곱.. 좋아하는 것은 손수건을 적시며 이별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뒤돌아 눈물만 짓는 거래

여덟.. 좋아하는 사람의 편지엔 사랑한다는 말 뿐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엔 한숨뿐이래

아홉.. 좋아하는 마음은 관속에 누우면 끝나버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지옥까지도 품고 가는 거래

여얼.. 좋아하는 마음의 시작은 귀로부터 시작되고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은 눈으로 시작되는 거래
그래서 싫으면 귀를 막아버리면 끝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눈꺼풀을 덮어도 포도송이 같은
눈물이 구슬로 맺히는 거래


1999. 1. 12.


편지는 이 글이 전부이다.

1999년 1월 이 편지를 받아 읽고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26년이 지나 다시 읽는 지금 너무도 깊고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여자친구의 글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후 나는 진정 사랑을 했고 남편이 되었고 또 부모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적어 보내 준 아이 엄마의 글귀에서 내 아이를 생각하게 된다. 가끔은 아무 말 못 하고 그저 기다리며 한숨 쉬고 뒤돌아 눈물짓는 부모의 마음을 읽는다.


사람은 성년이 되었다고 어른이 아니고 결혼을 했다고 해서 어른이 아니며,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했던가... 나도 어른이 된 걸까...


이때에 나를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그녀는 여자친구, 애인 그리고 가끔은 부모였다.


세상의 모든 부모 그리고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은 오늘이다.

내 글의 연장이 이 큰 울림에 대한 도리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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