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쁜이
벌써 몇 주째 계속 비만 오다가 오늘은 첨으로 비가 안 왔어. 그렇다고 햇볕이 난 건 아니지만 여하튼 좋은 거 있지. 깨끗하고. 산뜻하고. 왜 비오며는 구질구질하잖아. 오랜만이네...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너한테 다시 편지를 쓰는 게...
나는 또 너 특박 나올 줄 알고 그래서 안 썼지. 편지 못 받아보면 소각된다나 어떤다나 하길래... 헌병대라면서... 괜찮은지 모르겠어. 공군은 헌병이 힘들다던데 어떻게 된 거야? 너 공부하러 거기 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근데... 아냐 그래두 좋은 점이 있겠지... 네 소식을 통 못 들으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 형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두 내가 물어보고 싶은것두 별루 못 물어보고... 근데, 너 제대할 때까지 계속 거기에 있는 거야? 진주에? 내가 형한테 듣기로는 그렇게 들었는데... 그럼 너 면회가기는 글렀구나. 짜식. 힘 쫌 써서 서울 가까운 데로 떨어지믄 좋잖어. 왜 하필 제일 먼 진주야. 너무 멀어서 면회 갈 엄두도 안 난다. 참 그럼 특박은 안 나오는 거야? 모르겠다. 넌 대답두 해줄 수 없는데 나만 물어보면 뭐 해... 몰라...
너 생각나? 내가 16일 날 캐리비안베이 놀러간다구 했었잖아. 갔다 왔지롱...
근데 다른 데는 별루 안 탔는데 어깨가 제일 많이 탔어. 그래서 지금 무지 아프고 쓰리다. 아마 허물이 벗겨질 거 같애. 건 그렇고, 재미있었어. 오랜만에.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용인에 9시에 도착했는데 우와~! 사람들 정말 빠르더라. 아침 9시인데두 주차장이 벌써 다 차들로 꽉 찬 거 있지... 대단들 하더군. 암튼. 수영복으로 갈아입구 나와서 젤 먼저 워터봅슬레이를 타러 갔거든. 근데 그게 1, 2, 3번이 있는데 난 뭣두 모르고 1번 줄에 슨 거 있지. 나중에 알고 보니까 1번이 젤 무서운 거였드라구. 1번이 젤 무섭구 2번은 그냥 그렇구 3번은 원통으로 된 건데 건 애들이 타는 거. 좌우지간 난 1시간이나 줄 서서 그 워터봅슬레이를 탔는데 무서워서 거의 죽을 뻔했음. 그거 타구 나니까 자신감은 생기더라. 다른 것도 탈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 어쨌든 그걸 타구 또 튜브슬라이더를 타러 갔어. 그건 그냥 튜브 타고 내려오는 건데 무지 재미있어. 사람두 별루 안 기다리고. 아마 그걸 10번은 넘게 탔을껄.
그리구 나서 점심을 먹구 실내에 있는 바디 봅슬레이를 타러 갔어. 친구 중 한 명이 자기는 작년에 그거 타구 거의 죽을 뻔했다면서 죽어도 안 탄다고 하는 거야. 더럭 겁이 나는 거 있지. 그래서 어쩔까 망설이다 그래두 이왕 왔는데. 그냥 타자 싶어서 것두 한 시간을 기다려서 탔거든... 근데 역시. 나 역시도 죽을 뻔... 그게 왜 그러냐믄, 너 보면 이해가 더 쉽겠지만 봅슬레이 마지막 내려오는 데가 1.1M 물이거든 그러니까 빠른 속도로 내려와서 퐁당.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물만 먹는 거지. 난 게다가 수영두 못하니까 허우적허우적... 그날 진짜 물 실컷 먹었지... 그리고 제일 마지막 2~4M 파도가, 그게 제일 재미있었어. 파도타기... 너두 한번 가봐. 그렇게 재미있게 노니까 정말 좋더라구. 근데 넌 별루 재미없지. 상상두 잘 안 가고 그런가? 아니믄 또 모르지 작년에 벌써 갔다 왔는지도. 여름휴가 못 간 거 거기서 다 빼고 왔지. 살두 좀 태운다는 게 이렇게 무식하게 되버렸구.
또 TV에서 본건 있어가지구 콜라 바르면 코코아색으로 이쁘게 탄다길래 콜라 발랐다가 벌들이 날아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구. 그래두 그게 지나면 다 추억이 되는 거지 머...
지금 나 알딸딸한 기분에 편지를 쓰는 거다. 속도 좀 안 좋고. 무슨 일이냐구? 실은 오늘 같이 일하는 사람들 하고 한잔 했거든... 한잔이 얼마냐구? 맥주 1,000cc 적당하지 뭐... 그래두 착하잖아. 나 지금 무지 졸립구 피곤한데두 너한테 편지 쓴 지가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 이렇게 글씨두 잘 안 써지는데 쓰고 있잖아. 취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좀 피곤해. 오늘은 외근하지 말구 사무실에서 일 좀 도와달라길래 컴퓨터 앞에서 하루종일 모니터보고 키보드 두들기니까 어깨두 뻐근하구 눈두 침침하구 그렇다 지금. 상황이 별루 좋질 못해.
하구 싶은 말 많구 못다 한 말두 많지만. 다음으로 미뤄야겠어.
그럼 몸 건강하구 다음에 또 쓸께... 안녕
1998. 8. 19.
남편인 나로서 진정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