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나 sseona Sep 14. 2020

나도 나의 엄마가 그립다

오랜만에 아이와 친정에 다녀왔다


결혼을 하면서 나에게도 본가, 친정이 생겼다


내가 쓰던 방은 빠르게 창고로 바뀌었고

이윽고 아예 흔적도 사라져서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언제나 가는

휴식처이자 피난처가 되었다


친정집에 가면 나도 엄마란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엄마에게 기댄다


엄마가 해주신 갓 지은 쌀밥에 제철이라고

해놓으신 내가 좋아하는 엄마표 꽃게 조림

살을 발라 밥과 함께 먹으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가슴속이 따뜻해진다


나도 엄마가 돼보니 자식에게 밥을 차려

줄 때, 내 자식이 내가 한 밥을 맛있게

뚝딱 먹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엄마도 자기 딸 편하게 먹으라며 밥 차리시느라

한번 못 앉으셨는데 손주까지 데려다 밥을

먹이신다. 미안하고 감사하지만

오랜만에 나도 우리 엄마에게 한번 마음껏

응석을 부려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이쁘고 사랑스럽고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몸짓 하나에도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나도 자식 낳아보니 내가 이렇게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 엄마도 부모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고 길러주셨겠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엄마만 붙잡고 찡찡거리는 아이 탓에

밥을 반술 먹다 내려놓고 아이를 챙기는데

나의 엄마가 이내 손주를 챙기시며 말한다

“내 딸 너무 힘들데 하지 마라, 너의 엄마도

할머니에겐 소중한 딸이야”


아이한테 무슨 소리냐며 괜스레 엄마의 말을

막아서지만 마음은 괜히 뭉클해진다


나도 나의 엄마가 그리웠나 보다

엄마의 따끈한 밥이 세상 누구보다 단단한

나의 편이 되어주는 우리 엄마라는 존재가

그리웠다 보다

신은 모든 사람을 곁에서 돌보지
못해서 엄마라는 존재를 우리 곁에
보냈다

언젠가 읽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주말 내 우리 엄마에게 받은 따스함으로

다음 주도 힘내서 아이와 일상을 지내봐야겠다



이전 11화 봄날의 쑥국을 아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