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탈출기 프롤로그
올해 나에겐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1년 전부터 플래너를 만나고, 스드메에 예복에 반지에 선택에 선택을 하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나 벌써 결혼한 지 두 달이 넘었다.
결혼을 핑계로 업무도 설렁설렁~ 하다 보니 일하는 방법을 까먹은 것 같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큰 일을 끝냈다는 안도감 때문에 내 모든 긴장이 계란국의 계란처럼 풀어져버렸다.
일하는 방법만 까먹은 게 아니고, 스스로 하루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까먹어버린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계속 축축 쳐지는 이 상태.
집중을 못하겠다. 휴대폰 본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휴대폰을 보고 있다.
일하다가 다른 생각이 나서 업무와 상관없는 것을 검색하고 있다.
기분도 울적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고민 없이 사버린다.
평소의 나라면 온갖 사이트를 검색해서 최저가를 찾고, 쿠폰을 받다가 필요 없다 싶으면 안 샀을 텐데 이번에는 구매버튼을 눌러버린다. 집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간다. 우리 아파트는 일주일에 한 번만 분리수거를 하는데.
몸무게도 늘었다. 결혼하면서 바짝 뺐던 몸무게에 벌써 +3kg. 그런데 (거의) 다 체지방만 늘었다.
거기다가 일주일 동안 회사 지각 1번, 가까스로 지각모면을 2번 했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이러니 스스로 뭔가 문제가 있다 싶다.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잠도 잘 잤는데 머리가 아프다.
정신이 안 차려진다.
정말 이대론 안 되겠다.
살기 위해 뭐라도 하기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내가 잊은 성취감이 무엇이었을까?
뭐부터 하면 될까?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눈앞에 다 써가는 핸드크림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