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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와샐리 Jan 05. 2024

나도 달리기 따라갈래!

새해가 되면 가장 많이 다짐하는 것 중 하나가 운동, 외국어 공부일 것이다.

나도 물론 항상 명확한 목표를 세우진 않지만 건강하게, 열심히 배우면서 살아가길 다짐하곤 했다.

(그래서 어김없이 2024년 1월에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다....)

새해가 되기 전 나에게 찾아온 무기력으로 인해 쓸데없이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휴대폰만 손에 쥐고 뒹굴거리고 있었다. 속으로는 '아 쇼츠 그만 봐야 되는데,,,, 커뮤니티 끊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눈은 초점 없이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는 중이었다.


"달리기 하러 갈래?"

아,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찌뿌둥할 때면 항상 달리기를 찾는 남편이 옆에 있었다.

결혼 후 지금까지는 "다녀와,,,, 나는 집에서 운동할게,,,,,,"하고는 요가매트 위에 누워만 있던 나였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무기력을 벗어나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노력하고 있지 않았나.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내가 먼저 달리러 가자고 제안하지는 않지만 남편이 함께 하자고 하면 거절하지는 않을 정도의 의지는 남아있었다.

"나도 따라갈래!!!!!!!!!!!!!!!!!!!!!!!!!!!!!!!!!"

하고 무작정 남편을 따라나섰다.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시절부터 우린 종종 함께 달리기를 해왔다. 하지만 작년에는 결혼 전 피부가 탈까 봐 그리고 결혼 후에는 움직이고 싶지 않은 무기력을 핑계로 함께 달린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움직이고 싶지 않은 느낌이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후유증일수도 있을 것 같다.

나란 사람, 그래도 왕년에 체육선생님께 캐스팅당해서 학교 대표로 시 대회도 나가서 1등 하고 돌아온 전적이 있는 화려한 과거가 있지 않은가. 달리기를 즐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래. 나가보자.


집 근처 공원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소이다. 우리의 추억이 아주 많고, 자연친화적인 공원이다.

요즘에는 공원에도 이 조명 저조명, 색깔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현대도시스러운 곳이 많지만, 흙을 밟을 수 있고 약간은 어둡지만 새들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조명과 까악 까악 새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물론 지저귀는 아름다운 새소리는 아니지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라고 하자.)

가볍게 뛰기 시작하다가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나오기 전에는 귀찮았지만 나오니까 좋다. 내 코로 들어오는 이 차가운 겨울 냄새가 좋고, 귀가 약간 시린듯한 느낌은 집 안에선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달리면 달릴수록 머릿속의 잡생각은 사라진다.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것 같은데 머리는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정말 앞만 보고 달린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휴대폰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1km, 시간 5분 48초, 평균 페이스 ~~~~"

사실 내 평균 속도가 얼마인지 평균 페이스가 얼마인지 궁금하지 않다.

남편은 항상 평소보다 빠르다, 느리다 옆에서 말해주면서 조절을 해주고 있지만 나는 1km가 지날 때마다 알려주는 알람을 듣고는 '오예 이제 한 번만 더 울리면 끝이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러 나오는 날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짧아지는 나의 페이스를 체크하게 되고, 다음에는 페이스가 몇으로 줄었을지 기대하게 된다. 이게 바로 달리기의 매력인가.

3km를 뛰고 나면 남편이 말한다. 페이스가 점점 단축된다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다리만 움직였는데 칭찬을 들으니까 괜히 좋다. 

나이키 런클럽 어플에 기록된 나의 달리기 기록이 뿌듯하다. 

달리고 난 직후는 정말 무기력을 정말 잊었다. 요즘 말하는 갓생 사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한 바퀴에 2km 정도지만, 내 눈에 엄청 넓어 보이는 이 호수를 내 다리로 직접 달려서 되돌아왔다.

그렇게 일단 따라 나간 달리기를 시작으로 12월에 6번을 달렸다.

1월 1일 새해 기념 달리기도 잊지 않았다.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으로 나의 무기력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이번엔 저번보단 오래가겠지? 

그리고 무기력이 다시 찾아오면 또 나가면 되지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무기력은 다 사라져 버릴 거야.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러다가 마라톤 도전기를 쓰고 있는 내 모습까지 상상 완료했다.(파. 워. N!!!!!!!!!!)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내 옆에 있어서 좋다. 

해리 씨, 내일도 같이 달리러 가볼까??????


<남편이 쓴 글>

달리기 하러 갈래?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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