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독일생활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by su
어느새 선선해진 공기

어제 내린 비로 우리 집 잔디를 아침에 만나러 나갔더니 잔디가 물을 주지 않아도 촉촉해졌다. 나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뒤에는 큰 달팽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밟을까 천천히 보고 다닌다.

다행히 달팽이는 잔디에 가만히 있어 밟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 집 나뭇잎에서 빨간 게 변한 나뭇잎을 발견했다. 언제 또 빨간색으로 바뀌었는지 못 본 사이에 초록색에서 하나가 빨간색으로 되고 하나는 또 빨간색이 되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독일의 아침저녁은 많이 선선해졌다. 어느새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독일의 가을의 시작을 알리듯 우리 집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처음에 독일에 와서는 몰라 아침저녁마다 낙엽을 쓸어 깨끗한 잔디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제는 이제는 하루나 이틀 지나 저녁에 한 번만 쓴다. 내가 열심히 쓸어도 또 엄청 떨어지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 자연은 그냥 그대로가 제일 좋다.



벌써 1년


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작년 내가 독일에 입국했을 때가 이 집에 왔을 때가 기억이 난다. 아직 1년이 되려면 20일 정도 남았지만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 이 잔디를 어떻게 가꾸고 살아야 하나 걱정도 했었다. 340일 넘는 시간들을 돌아보면 특별히 성과를 낸 거 없이 시간이 간 거 같아 그저 아쉬운 생각만 든다. 더 빨리 독일어 학원을 다녔을 걸 하는 생각과 더 적극적으로 현지인들과 만나면서 살아볼 걸 하는 생각 등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내년에 이맘때 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을 때는 지금보다 나는 더 유창한 독일어로 말을 하고 다니고 현지인들과 잘 적응하며 후회없이 독일생활을 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 그 때는 열심히 잘 살았다고 잘 했다고 나를 격려해주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