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집이 버거운 달팽이는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싶었다
날마다 달팽이는 풀잎에 몸을 비볐고 풀잎은 늘 구슬피 울었다 도시를 떠나 바다에 도착한 달팽이는 바닷가에서 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려진 빈집에 들어갔다 작은 집에는 하루 종일 파도 소리가 들렸다 비릿한 미역 냄새가 났다 수평선 너머로 해는 지고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였다 밤이 되자 낯선 이방인을 구경하러 온 별들이 달팽이를 찾아왔다 도시의 풀피리와 두고 온 패각 이야기를 들은 별들은 다음날도 달팽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하루, 이틀. 달팽이는 혼자가 아니었지만 외로웠다 풀잎의 노래가 그리웠다 밤이면 그리움을 한 움큼씩 건져 올린 달팽이는 염전(鹽田)처럼,
바닷가 집에 그리움을 날랐다 얼마 후 달팽이가 떠난 빈 집에는 하얀 소금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