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서관 방문 도전기
원래 계획은 계획대로 안 된다. 그래서 계획이지만 나의 계획은 오전은 운동과 건강을 주제로, 오후를 독서와 쓰기로 보내는 일이었다. 오후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내리라 예상을 했었다. 퇴직 후 5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지내면서 내가 도서관을 간 횟수는 3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퇴근길에 들렀던 작년의 도서관 방문 횟수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걸어서 15분, 차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도서관이 낮밤으로 문을 열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작 이유는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서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도서관에는 발걸음도 안 했다. 그렇다고 독서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예상한 그림 속에 배경이 빠진 느낌이다. 지역 내 도서관을 모두 돌아본 뒤 전국의 멋지고 예쁜, 그리고 이색적인 도서관을 모두 방문해 보는 게 목표이기도 했다. 아직도 유효하지만.
그사이 읽고 싶었던 책의 목록이 추가되어 더 이상 도서관을 가지 않고는 못 배길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딱 방학이고 여름이다. 진짜 아이들이, 가족들이 도서관에 많이 온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나도 걷기는 싫으니 차를 끌고 가고 싶은데 좁은 주차장은 이미 만차이다. 도서관 좌석도 이래저래 만석이다. 서서 읽거나 대충 보다가 빌려오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많이 책을 읽나 싶어 한편으론 괜히 뿌듯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다.
퇴직자가 나름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출퇴근 시간에 차 가지고 다니지 않기, 님들 방학 기간에는 치과, 도서관 가지 않기가 아닐까 한다. 그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아직도 예전 버릇을 못 버리고 방학이 되자 가고 싶은 발동이 세게 걸렸다.
그런데 갈 수가 없다. 오늘도 오전에 허탕치고 오후에는 인근의 다른 도서관으로 갔다가 역시나 주차도 못해보고 돌아서 왔다. 이제 남은 길은 시내 대형 서점에 가는 일이다. 백화점 8층에 있으니 주차는 걱정할 거 없고 책도 신간 위주로 잘 깔려있다. 단 한 가지, 앉아서 읽을 의자가 없다는 점이다. 당연하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니 눈으로 고른 후 카운터로 가면 될 일이다.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의자를 살 수는 있으나 그것도 한 시간 남짓이면 놓고 나와야 한다. 자리가 없어 서성이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내 엉덩이는 알아서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결국 최후의 방법은 시간차 공격이다. 도서관에 가장 사람이 없을 시간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용 시간을 검색해 본다. 보통 9시부터 문을 열고 밤 10시까지, 오 이렇게 늦게까지 열고 있다고? 새로운 정보다. 그래, 이 시간을 공략해 보자.
일찌감치 저녁을 챙겨 먹고 주섬주섬 에코백 하나 들고 도서관으로 향해 본다. 6시 넘어 주차장은 닫혀 있었고 결국 대충 어떻게 대고 도서관으로 돌진이다. 리스트는 준비되었고 검색 후 최대한 빠르게 책을 챙겨 대출해 집으로 왔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은 미션을 혼자 수행했다. 아직 여름은 저녁이라는 서늘한 시간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달이 빼꼼 내밀었지만 해의 기세에 눌린 탓인지 해쓱하다. 후다닥 챙겨 온 다섯 권이 저녁 햇살아래 뜨듯하다.
- 9월에는 느긋하게 도서관에 앉아서 이것저것 한번 읽어봅시다!
그러고 있으리라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