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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an 13. 2022

변화를 촉발하는 대화

변화의 임계점을 앞당기기 위해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He who would change the world should first change himself.                                         - Socrates 


개인의 마음을 긍정적 자세로 바꾸어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켜야  


기업가나 정치인 등 우리 사회에서 리더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변화'를 외친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외침은 대부분의 구성원들에게 리더의 자기 주문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변화의 대상과 결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리더는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변화는 개개인의 마음을 바꾸어 '행동을 결정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구성원들의 머리에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과 가슴을 맞대고 마음을 모으는 것에서 출발한다.  변화를 촉발하는 단계에서는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리더보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변화가 조직의 변화로 나타나는 변화의 임계점까지 도달하는 것은 지난하지만 마땅히 거쳐야 하는 '턴어라운드 리더십 101' 기본과정이다.      

   

변화의 대상은 우리가 아닌 당신이다.  리더에게 부진한 사업과 정체된 조직을 턴어라운드 시키는 것은 조직원 개개인의 변화를 이끄는 것에서 출발한다.  마음이 급한 리더들은 방향성에 대한 일방적 지시나 도전적 목표부여를 통해 조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작은 실패에도 동력을 쉽게 상실할 수 있다.  리더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조직원 개개인의 마음에 전달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감정적인 에너지가 소모되더라도 리더는 구성원 개개인들과 마음 접촉면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  사업이나 조직에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을 공감한 구성원은 리더의 입과 손끝을 쳐다보게 될 것이다.  리더를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가면 비로소 조직의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개개인에게 당신이 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  변화의 과정에 개개인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다양한 공식, 비공식적 채널을 통한 소통과 계층과 직능을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만남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섣부르게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리더의 인식을 전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의 마음이 내 마음과 함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턴어라운드 리더의 마음을 읽으려 할 것이다.  위기의식과 도전에 대한 리더의 진정성 있는 마음을 읽게 된다면 하나 둘 변화에 동참한다.


이건희 회장은 '개개인의 마음을 바꾸어, 행동을 결정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변화'의 과정을 이해한 경영자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 신경영은 임직원 1,800여 명과 350시간에 걸친 토론으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엘리트 의식에 정체된 거대 조직에 불량제품을 소각하는 등 충격요법과 전방위적인 소통, 그리고 계층별 체계적인 토론을 통해서 임직원 개개인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세계 초일류가 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하루 3~5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는 리더의 마음에 조직원 개개인의 마음도 공감했다.  개인의 변화에 대한 공감이 모여 조직의 전략적 변화를 뒷받침했다.  국내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도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변화의 결과는 나태하고 자만하는 태도를 가진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태도는 어떤 일이나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감정, 의지, 생각 등 행동을 지배하는 형태를 갖추는 태도는 노력, 자만, 나태의 3가지 행동으로 나타난다.  노력의 태도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애를 쓰는 상태이고, 자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소극적 게으름을 피우는 형태로 나타난다.  나태는 쉽고 편하게 상황을 받아들여 자신의 의무조차 저버리는 적극적 게으름의 상태이다.  개인의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자만이나 나태 상태에 있는 태도를 노력의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니 힘든 일이고,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 없으니 어려운 일이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가능한 많은 구성원들의 마음 가짐을 '노력'의 태도로 전환시켜야 한다.  개인의 변화는 조직이 혁신을 통해 도전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인 상호 신뢰의 기반이 된다.  변화의 과정이 생략되고 도전적 목표와 일방적 지시만이 있다면 '같이 일하는 이유, 팀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이루어 낼 수 없다.  구성원들은 작은 실패에도 냉소적인 태도로 전환되어 적극적 또는 소극적인 게으름으로 행동이 바뀌게 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내 마음을 주고 당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리더의 대화 노력이 어느 순간 임계치에 도달하면 개개인의 변화가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는 순간이 생긴다.   


턴어라운드 리더, 어떻게 변화의 임계점에 효율적으로 다다를 수 있을까 


필자는 적자에 시달리는 사업과 정치만이 난무하는 중소 제조기업을 턴어라운드 시켰던 경험이 있다.  부임 초기에는 경영 지식과 이성적 판단을 총동원하여 다각적으로 회사의 상태를 분석했다.  도전적인 목표를 일방적으로 세우고 구성원들에게 부여했다.  열과 성을 다했고 적자에 시달리던 사업을 부임 6개월 만에 월 결산 기준 영업이익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잦은 품질사고에 사업은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조직원들도 하나, 둘 마음의 문을 닫았다.  필자도 추진력을 잃었고 품질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7개월 후 동일한 회사에 두 번째 부임을 할 때는 구성원들과 마음을 맞추는 일에 진심 진력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소통하고 도전의지를 공유했다.  


어떻게 변화의 임계점에 효율적으로 다다를 수 있을까?  첫째, 핵심 이슈를 누구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직관적인 숫자 3개로 만들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전달하는 많은 정보는 조직원들의 좌뇌를 깨운다.  하지만 정보가 많아지면 집중력은 떨어지고,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는 저해된다.  우뇌를 움직여 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 리더는 변화가 필요한 이유, 즉 위기 상황을 간단명료한 메시지로 가공해야 한다.  제조업이라면 생산성, 품질, 영업의 세 축이 중요하다.  생산성이 8% 향상되면 회사는 흑자로 전환하고 기계의 정상 가동시간이 하루 10분 늘면 매월 영업이익이 일억 원 증가한다.  불량으로 인한 월평균 품질비용은 일억 원이고 불량을 50% 줄이면 생산성이 3% 올라가는 효과와 같다.  핵심 고객사 3곳이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고, 고객사의 50%는 회사에 영업손실을 안긴다.


둘째, 현장의 실무자들과 대화하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생산현장 직원 등 소통에서 소외될 수 있지만 변화를 직접 실천하는 구성원들과는 항상 연대하고 대화해야 한다.  현장 실무자들에게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말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제안이 회사의 경영 활동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변화와 도전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리더와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리더의 머리와 가슴속을 읽고 공감한다.  제조업은 물리적 환경이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청소하시는 분과 우연히 나누었던 회사에 대한 생각, 환경개선의 어려움 등에 대한 대화는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환경 개선을 위한 작은 의견에 대해 세심한 지원을 했고 회사의 위기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대화했다.  그분의 태도는 자만에서 노력으로 바뀌었다.  공장에는 담배꽁초 하나 찾아볼 수 없었고, 외곽의 나무나 화단을 절도 있게 정리했다.  구성원들이 체감하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겼다. 


셋째, 킹핀 역할을 할 수 있는 키맨을 스피커로 활용하고, 비공식적 대화 자리를 통해 변화의 깊이와 속도를 배가해야 한다.  조직에는 비공식적으로 여론을 만들어 내고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표면적으로 변화의 키맨 역할을 하는 중간관리자를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는 킹핀을 찾아서 소통해야 한다.  리더에게 가장 큰 무기는 '인정'이다.  공식적으로 직책을 가지고 있는 중간관리자와 비공식적으로 여론을 창출하고 선도하는 킹핀을 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변화를 촉발하는 대화에 동참시켜야 한다.  변화의 파트너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만들어 내는 비공식적인 대화도 결국은 인정의 과정이다.  중간 관리자나 킹핀들과 비공식적 대화 자리를 통해 대화의 깊이를 더하면 전파의 속도가 빨라져 조직 내 '변화를 촉발하는 대화'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변화의 임계점에 효율적으로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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