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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Mar 20. 2022

쓸데 있는 '쓸데없는 말' 3가지

리더가 귀 기울여야 하는 아웃라이어들의 예언, 고발, 그리고 아이디어

Spend your leisure time in cultivating an ear attentive to discourse, for in this way you will find that you learn with ease what others have found out with difficulty.   - Socrates


환경 변화가 큰 상황에서는 카산드라의 재앙적 예언에 귀 기울이고 준비해야


사회는 투명해지고, 경쟁은 치열해졌고, 온라인을 통한 무한의 약한 연결은 기업의 서든데스(Sudden death) 위험성을 높였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서 개인은 미디어가 되었고, 가장 보편적이고 현실적 가치인 '도덕과 공정'에 대해 쉽고 빠르게, 그리고 집단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관심분야 세계 최고 석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개인 간 보편성도 증가했지만 무한의 정보 접근성을 계기로 덕후들이 넘쳐난다.  조직에도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는 감각, 의견, 생각을 가진 아웃라이어들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관점에서 '왕따'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혜안을 가진 천재' 일 수도 있다.  구성원들이 그들의 예언, 고발, 아이디어를 '쓸데없는 소리'라고 무시해도 리더는 귀 기울여야 한다.  


카산드라의 예언 '재앙 신호에 부합하는 증거를 수집해서 검증하자!'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구애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아폴론에게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달라!'라고 한다.  예언 능력을 갖게 된 카산드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아폴론은 그녀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게 하는 형벌을 내린다.  카산드라는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놓으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트로이는 결국 카산드라의 예언대로 멸망한다.  누군가는 평화 속에서 재앙의 신호를 감지한다.  설득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확신이 부족해서 가슴에 묻어 두기도 한다.  조직 내에서 누군가 카산드라의 예언을 한다면 리더는 귀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를 찾아 예언에 부합하는 증거를 수집하고 검증해야 한다.


코로나 발생 당시 생활 위생용품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중국산 고급 부직포를 주원료로 하는 유아용 물티슈, 세정 티슈 등도 가수요까지 더해져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대란이라는데...  이러다 부직포로 마스크 만드는 거 아니에요!  그럼 부직포 가격도 오를 텐데... 이번 달 부직포 주문량은 늘려야...'  주간회의 시간 어느 워킹맘의 예언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예언'처럼 들리는 이유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확률이 지극히 낮았던 예언들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목도했다.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직포로 마스크를 만들게 된 것이다.  


부직표 가격은 매월 50% 이상 상승했고, 부직포 업체들은 생산캐파를 넘어서는 과수요에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수급 자체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내외부 환경변화가 큰 상황에서 리더는 특히 카산드라의 예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극히 낮은 발생 가능성을 근거로 무시하기보다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여 카산드라의 예언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찾아 검증해야 한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 재앙적인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한다.  두려움에만 떨고 있거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카산드라와 전문가들로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준비하는 것이다.


불법 부도덕에 대한 내부 고발, 무시하면 조직 문화뿐만 아니라 조직 자체가 사라질 수도


불법 부도덕에 대한 고발, 고발자는 보호하면서 시스템 속에서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해결한다.  다양한 요소들이 조직의 성과와 생산성을 좌우한다.  개인적인 역량이나 동기의식과 같이 내재적인 변수도 있지만, 팀으로 일하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켈로그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에 의하면 '개인의 성과는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라고 한다.  11개 기업 58,0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딜런과 하우스만의 연구 결과, 고성과자는 1개월 후에 7.5미터, 책상 3개 길이 정도의 반경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성과를 15% 증진시켰다.  반면 저성과자는 즉각적으로 사무실 전층에 걸쳐 2배 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성과뿐만 아니라 불법과 부도덕도 전염된다.


불공정과 부당거래, 갑질과 폭언, 성폭력과 차별 등 부도덕한 행위와 연결된 사람이 내 옆에 앉아 있다면 조직생활은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찰 것이다.  부도덕한 상황을 인지해도 상하 위계로 인한 부담과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미비 등으로 지나치거나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더는 피해자나 목격자가 용기 있게 손을 들어 고발하는 소리에 직접 귀 기울여야 한다.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은폐, 축소하는 행위는 문제를 키울 수 있고 조직문화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  골든타임을 넘어가면 내부고발은 회사 담장을 넘어가고, 조직 문화뿐만 아니라 조직 그 자체도 산산조각 날 수 있다.  내부고발에 대해 해당 처리 부서의 일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리더가 직접 들어야 한다.


구성원들은 내부고발에 대한 리더의 인식과 대응방식에 주목한다.  리더는 내부고발이 해당 조직의 건전한 공동체 구축에 기여하는 이타적 행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를 보호하면서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리더는 문제를 인지하는 즉시 고발자 보호조치를 실시하고 내외부의 공식화된 해결 시스템을 가동하여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외에 '고충처리센터'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원칙적으로는 사내에 대표성 있는 사람들로 고충처리 위원회나 갈등조정 위원회를 구성하여 공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더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양성 보너스, 쓸데없는 소리인가, 아이디어인가


쓸데없는 소리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하자!  조직은 항상 변화와 혁신을 외치지만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다양한 생각을 존중한다.  우리가 팀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개인의 전문화된 분업과 구성원의 다양성에 기초한 협업 시너지 때문이다.  역량과 인식의 관점에서 그리고 출신 배경의 관점에서 다양성은 협업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연히 유용하다.  '1+1=3'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개의 '1'은 달라야 한다.  출신 배경의 관점에서, 인식의 관점에서, 그리고 기능적 관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뽑았는데, 그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내면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해서는 안된다.  리더는 다양성 보너스인 쓸데없는 소리에 귀 기울여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쓸데없는 소리, 아이디어를 사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혁신의 출발점이다.  '딴생각'을 배척하고 구성원의 동질성만을 추구하는 조직은 얼핏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혁신에 뒤처지게 된다.  경쟁자의 혁신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군 조직에서 조차 성별, 인종 등 출신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인식 관점에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필자는 주로 엔지니어로 구성된 회사에 인수 후 통합과정(PMI, Post-merger integration)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필자는 경영학 전공으로 그때까지 마케팅과 신사업 분야에서 직장생활 경험을 축적했다.  필자는 엔지니어링 회사라는 업의 개념에서는 분명 아웃라이어였지만 현장을 돌며 고객의 소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법을 제안했고, B2C 마케팅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


경영학도가 실사용자와의 만남을 통해 고객의 소리를 청취하고, 새로운 공법 개념을 제안했을 때 엔지니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바닥은 원래 그렇지 않은데... 당신이 무얼 안다고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점령군' 이미지를 가진 턴어라운드 리더의 말이라 마지못해 끌려오는 분위기였다.  시험 가동과 데이터 검증을 마치고 마케팅 단계에서 B2G, B2B 고객을 대상으로 B2C 마케팅을 제안했다.  공법에 멋진 브랜드를 붙이고 브로슈어를 만들었다.  달력이나 포스트잇 판촉물을 만들어 전국의 가망고객에게 다이렉트 메일을 보냈다.  전국 거점 도시를 돌며 시험장비를 전시하고 공개 설명회를 개최했다.  기술자가 아닌 판매자 관점에서 나온 '쓸데없는 소리'가 '쓸데 있는 아이디어'가 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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