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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는 X, ‘내가 알아서 한다’는 MZ

리더의 존중과 위임이 조직의 성과를 결정한다

by 조병묵

솔선수범은 리더십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세대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X세대 리더가 생각하는 솔선수범과 MZ세대가 기대하는 솔선수범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자라난 두 모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략과 실행은 엇갈리고, 조직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X세대에게 솔선수범은 대형 전진이다. 리더가 맨 앞에서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길을 뚫고, 구성원은 줄지어 따라온다. 이는 군대식 행렬처럼 하나의 구호,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속도와 단합이 강점이지만, 다양성과 자율성은 희생된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구호 속에서 충성과 복종이 미덕이 된다.


반대로 MZ세대에게 솔선수범은 저격수 모델이다. 저격수가 목표를 정확히 겨누려면 자신의 위치, 도구,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리더는 앞에서 대신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각자가 최적의 자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저격수가 흔들림 없이 조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방해 요소를 제거하며, 성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맡기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따라서 X세대와 MZ세대의 솔선수범 차이는 결국 “앞에서 끌고 가는 리더”와 “권한을 맡기는 리더”의 구도다. X세대는 속도와 단합을, MZ세대는 정밀성과 다양성을 중시한다. 갈등의 뿌리는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세대 갈등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패러다임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론 머스크는 X세대식 솔선수범의 전형이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늦게까지 현장을 챙긴다. 변혁적 비전과 높은 목표,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조직을 이끈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자율성과 안정성을 해치기도 한다. 반면 사티아 나델라는 MZ세대가 원하는 저격수 모델을 보여준다. 그는 구성원을 존중하고, 권한을 위임하고, 실패를 학습 기회로 인정하며, 시스템을 통해 자율성과 다양성을 뒷받침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AI, 게임 등 다각화된 성과를 거두었다.


사실 구성원들은 그들이 가진 권한의 크기에 비례해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실패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기 위해 ‘내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화에서는 권한도 작아지고 책임은 리더에게 집중된다. ‘내 일’이 아니라 ‘회사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라고 하면서도 권한을 주지 않는 X는 MZ에게 꼰대일 뿐이다. 존중하지 않는 X는 MZ에게 무례한 동료일 뿐이다.


핵심은 세대 우열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의 본질이다. 리더십은 위에서 임명되는 직책이 아니라, 아래에서 인정받아야만 성립하는 권한이다. 팔로워가 인정하지 않는 리더는 단지 ‘매니저’ 일뿐이다. 따라서 X세대 리더가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권한 위임과 존중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세대 눈치 보기가 아니라, 리더십의 본질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O&O DD가 이런 차이를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더가 앞에서 끌고 가는 방식만을 고집하는지, 아니면 권한과 책임을 위임해 조직 전체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숫자와 실적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이 리더는 직책 때문에 따르는 매니저인가, 아니면 구성원이 인정한 진짜 리더인가?” 이 답변이 조직의 실행력과 지속 가능성을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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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1. 나는 회의실에서 강조한 원칙을 실제 현장에서 지키고 있는가? 2.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실질적으로 위임하고 있는가, 아니면 최종 결정은 늘 나에게 집중되는가? 3. 실패를 허용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패에 대한 책임은 구성원에게 지우고 있지 않은가?


투자자

1. 이 조직은 리더의 개인적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가, 아니면 권한 위임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가?

2. 구성원들이 “우리 리더는 존경할 만하다”라고 자발적으로 말하는가, 아니면 직책 때문에 따르는가?

3. 리더십의 행동 방식(권한 위임, 존중, 실행 일관성)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는가?


팀장

1. 나는 팀원들에게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주고 있는가?

2. 나의 지시가 팀원들의 자율성과 실행력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단기적인 통제에 그치는가?

3. 팀원들이 나를 “상사”로만 보는가, 아니면 “함께 성과를 만드는 리더”로 인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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