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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Sep 30. 2019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완벽한 주말

일상의 흔적 90

9월 28일, 흐린 오전 그리고 폭우. 비 내리는 창밖마저 기분 좋은 주말

찐빵과 찐빵 부모님 사이에 껴서 글램핑을 갔다. 쌀쌀한 5월에 이어 두 번째 캠핑이다. 전날 신나게 산 소고기와 양파절임 소스까지 바구니에 채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스멀스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도 자꾸 웃음이 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낯선 곳에서 보내는 주말은 꼭 어린날 수련회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가 송도에서 캠핑은 처음이었다. 새로운 곳에 가본다는 설렘에 창밖에 내리는 비마저 운치 있게 느껴졌다. 캠핑 장소에 도착하고 카라반이 보이자 10살 아이처럼 좀처럼 가만있지를 못했다. 들썩이는 엉덩이를 떼고 문을 열었더니 아담하지만 제대로 갖춘 실내가 보였다. 우와- 생각보다 더 넓은 실내에 신나게 이곳저곳 기웃거리고는 짐을 옮겼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이젠 거의 폭우로 바뀌었다. 짐 정리를 마치면 해변가를 거닐겠다는 결심을 지키기엔 빗방울이 많이 굵었다. 조그맣게 뚫린 창가에 턱을 괴고는 밖을 바라봤다. 별로 안 당긴다면서도 사온 과일과 과자가 자꾸 입에 들어간다. 만족스러운 배를 통통 두드리며 잠시 누웠다. 실없는 소리로 헤헤- 웃다가 서로에 대해 얘기했다가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고 나니 벌써 저녁이다.


사실 캠핑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은 저녁이다. 아부지가 솜씨 좋게 피워 올린 붉은 불 위로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면 아기새처럼 젓가락을 꼭 쥐고 기다린다. 숯불에 정성껏 구워진 고기는 평소에 먹는 고기와는 다르다. 질 좋고 신선한 돼지고기에 은근하게 배인 숯불향, 지붕을 두드리는 비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게다가 이리저리 젓가락이 움직이고 조잘조잘 떠들며 먹는 식사는 행복함이 가득 묻어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주말 저녁 풍경을 눈에 눌러 담는다. 뜨거운 불 앞에서 우리를 먹일 고기를 굽는 아부지도, 탄 부분을 잘라내고 따뜻한 고기를 골라내 주시는 어무니도, 조용히 누구보다 맛있게 먹고 있는 찐빵도. 이 단란한 풍경에 끼여 주말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어무니는 나와 찐빵이 전생에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도 그 말에 공감했다. 우린 고향도 다르고 나이차도 많고 직업군도 다르다. 우연히 회사에서 같은 날 입사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회사에서 6개월쯤 됐을 때 부탁을 할 일이 있어 시작한 카톡이 친해진 계기였다. 그렇게 말을 트고 맛집으로 꼬시다가 찐빵이 우리 동네로 이사오며 더 자주 만났다.


이렇게 이어진 인연이 신기했다. 찐빵이랑 이어진 인연에 찐빵이 부모님까지 함께하게 된 지금 순간도 특별했다. 순수하게 웃으며 친구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초등학교 이후로는 거의 느껴보지 못했던 일이다. 누군가와 사심없이 시간을 보내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것, 이 순간을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카라반 지붕을 두드리던 비, 뜨거운 숯불, 맛있는 고기, 즐거운 시간.

좋아하는 사람과 보낼 수 있어 감사했던 완벽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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