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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Oct 10. 2019

낮맥 한잔은 인생의 즐거움이다

일상의 흔적 92

10월 9일, 드디어 살짝 가을 날씨. 오랜만에 낮에 맥주 한잔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반가웠다. 비몽사몽 눈도 뜨지 못한 채 창문을 열었더니 맑은 가을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잘 자고 일어난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좀 더 바람을 느끼다가 눈을 떴다. 푸른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상쾌한 공기를 들이켜고 나니 머릿속엔 딱 하나가 떠오른다.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 환하고 밝은 대낮에 마시는 맥주, 오늘은 맥주다.


당분간은 평일에 공휴일이 없으니 귀한 오늘을 즐겨야 한다. 찐빵이와 느긋한 오후로 약속을 잡고는 마음껏 게으름을 부렸다. 침대로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며 푹신한 가을 이불을 잔뜩 끌어안았다. 세탁한 지 얼마 안 된 이불에서는 따뜻한 햇살과 향긋한 냄새가 난다. 가을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것만 같은 이불에 푹 쌓여 잠시 더 느긋한 휴일을 즐겼다.


포근한 침대를 뒤로 하고 나가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맥주펍을 가는 길 내내 찐빵이와 날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설렜다. 가는 길에 온천천도 살짝 걸어보고 다른 카페도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바람에 조금 따뜻한 햇볕, 적당히 소란스러운 소음까지.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맥주펍에 들어서서 제일 좋아하는 창가 자리를 얼른 차지했다.


찐빵이는 상큼한 맥주를, 난 진하고 묵직한 흑맥주를 시켰다. 짠-! 잔을 부딪히고 한 모금 맥주를 넘기고 나니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넘기며 밝고 쨍쨍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찐빵이와 헤헤- 웃음을 나눴다. 아직 쨍쨍한 햇빛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는 왠지 더 시원하고 맛있다. 


술은 잘 못 마시지만 가끔 만나는 평일의 공휴일에는 이렇게 맥주가 당긴다. 술이 마시고 싶다기보단 이날에만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맛있는 맥주 한잔,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이런 게 아닐까. 매주 찾아오는 주말이 아닌, 깜짝 선물 같은 공휴일의 느긋한 오후는 더 반갑다.


조잘조잘 찐빵이와 할 말이 많았다. 어쩐지 자꾸 웃음이 나고 즐거웠다. 요즘 사랑을 시작한 찐빵이는 더 예뻐지고 밝아졌다. 자랑하느라 하늘 높이 솟은 광대와 씰룩이는 입가를 보고 있자니 귀여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이렇게 빛나는 걸 본인은 알까, 사랑스러운 이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뒀다.


맛있는 맥주와 함께한 오랜만에 행복한 오후였다.  안주는 맛있었고 여전히 우린 나눠야 할 즐거운 이야기가 많았고 여전히 밖은 밝았다. 오늘의 행복한 기억이 이번 달을 견디게 할 또 다른 추억의 작은 조각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오늘을 기억해야지,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 시원한 바람, 적당한 햇살,

좋은 사람, 좋아하는 장소, 맛있는 맥주, 즐거운 대화

그래서 행복했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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