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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Oct 22. 2022

누구에게나 나름의 친절함이 있다

교통사고 기록 (2)



1. 입원 중에 정말 놀란 게 '요즘 병원 매우 친절하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팀장] 배지를 달고 있는 병동 간호사님의 목소리는 CS 강의 때 매번 나오는 솔- 톤도 아닌 라# 정도 된다. 김X이 팀장님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아침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이~수우지인니임~
오늘은 좀↗어떠-세요오?♪



마치 노래를 부르 듯 환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인사를 한다. 그물망 올림머리에 쌍수한 눈은 항상 반달로 웃고 있다. 작은 키에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생김새와 매무새는 그녀의 억양에 몹시 찰떡이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아니면 교육을 받거나 어떤 기가 있었을까?

자생병원 팀장 간호사들은 전부 이런 식일까?

대표로서 궁금한 게 너무 많다.


꼭 한번 티타임 가져보고 싶습니다. 김X이 팀장 간호사님.


2. 대표들끼리 모이면 "돈 안 드는 건 해야지!"라는 말이 밈처럼 자주 쓰이지 않나? 


그 중에 친절함은 단연 1위다. 장착했을 때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돈 안 들고 효과보기 가장 좋은 선물 아닐까?


친절에는 미소가 필수인데 나는 아직도 입술이 덜 아문 탓에 웃는 게 어색하고 아프다. 하루 종일 무표정으로 있어야만 한다. 다만 병원에 입원한 탓에 입술이 조금 빨리 아무는 중이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현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악세사리는 물론이거니와 양말이나 브라자, 마스크 등 신체 부착물을 정말 답답하고 불편해 해서 10월까지도 남들 운동화 신을 때 쭐래쭐래 맨발에 쓰레빠 신고 다니고 1년에 반 이상은 브래지어 잘 안 입는 거 실친들은 잘 아는 사실. 


마스크 쓰는 게 일상이고 예의다 보니 불어터진 입술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내 친절함을 보여주려면 눈으로만 웃는 연습을 해야할 텐데 이게 가짜 친절 판별할 때 기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진의 간파할 때 눈으로만 웃는지, 입까지 웃는지 살펴보는 것. 


어색하게 말끝 올리는 것도 듣다 보면 질리는데 병동 팀장 간호사님의 적절한 라#톤의 억양과 톤앤 매너는 경쾌하고 발랄하다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네. 나도 입술 다 나으면 퇴원해서 연습해야지. 


저의 인사톤이 바뀌었다고 어색해 하지 마세요. 

완전 웃길 거예요. 웃김 보장!



3. 병원에 있다 보니 당연히 일이 밀리고 쳐지고 망가지고, 시스템을 제대로 못 갖춘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세번; 7:30, 12:30, 17:30, 5시간 간격으로 밥이 나오는데 아침-점심 사이, 점심-저녁 사이에 약 30-40분 정도 소요되는 치료 1번씩 받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원이라면 하루 1번 받는 것도 힘들었겠지. 아마 2-3일에 한번 정도 가지 않았을까 싶다.


2017년 2월에 빙판길에 넘어져서 앞니 2개가 이미 부러졌었고 2018년 7월에 오른쪽 발목 인대 나가고 2019년 10월에 10만 키로도 안 탄 멀쩡하던 푸조를 폐차하고 나서 이 모든 통합적 사고를 2022년 10월에 겪게 된 게 진짜 우연이기만 할까? 


앞에 3가지 사고가 전부 내 잘못이었다면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상대의 잘못으로 판명났는데 남의 돈으로 병원비를 쓰면서 누워 있으니 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 이빨 부터 오른쪽 발목-허리-어깨로 이어지는 후유증으로 망가진 반쪽 신체의 복원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등산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1번의 팀장 간호사님을 보면서 그 시스템 안에 친절함과 성품도 넣을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엑셀과 구글 시트, 노션과 슬랙만이 시스템이 아니다.


연이은 카카오의 도덕적 해이, SPC 사망사건을 보며 오히려 21세기 근본적인 시스템 설계의 핵심에는 인성이 먼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종이신문 넘겨 보면서 M&A부터 최근 금리 동향, 투자 시장 등을 살펴보는데 2년 침체는 거의 확실하게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권 때 치솟은 집값은 내리는 게 마땅하다. 파란당이 거시경제를 어떻게 잡아먹는지 확실히 파악하지 않았나. 빨간당, 파란당이 각자의 색깔대로 나라를 말아먹는데 파란색 때 잘 나가던 카카오 터진 건 또 우연일까?


이렇게 자문자답 하다 보면 세상에 진짜 우연이라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4. 최근에 엄청나게 무례한 사람을 알게 됐다. 어쩌면 원래 그럼 사람이었는데 무례하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살다보면 나 말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례한 사람들과 부딪히게 된다. 무례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기란 실로 불가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무례함에 대처해야 할까?


가장 시급하고 우선되어야 할 스킬은 대화 중단, 혹은 일시 정지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례함에 화가 났기 때문에 말을 받아치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진다.


언젠가 비폭력 대화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폭력적인 대화를 시도한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의 폭력적인 대화법과 흥분되고 고조된 목소리와 말투의 폭력성과 별개로 "이 대화는 내가 배운 비폭력 대화고 나는 지금 비폭력 대화 중이다"라는 스탠스를 1cm도 굽히려 들지 않았다. 그럴 때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 대화를 중단해야 한다. 가리지 않으면 역시 관계는 파탄난다.


두번째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기 위한 첫번째 방법은 원인의 표현을 "나"로 돌리는 것이다. 


-너가 무례해서 대화 못 하겠어.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못 하겠어요.


이런 반응은 더 큰 싸움만을 야기할 뿐이다. 대신


내가 지금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 다음 번에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
제가 어떤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다음에 이야기 합시다.


그 어떤 순간에도 긴 호흡을 찾고 인간의 품위를 잊지 말자.

무례한 사람에게 친절한 것만이 우리의 구원이다.



5. 세상에는 다양한 친절함이 있다. 


대체로 무뚝뚝하다가 어느 날 취향에 꼭 맞는 섬세한 선물과 위로로 놀래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갖은 아양과 애교를 부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얼굴에 침을 뱉고 대못을 박는 사람들도 있다.


항상 웃고 있지만 가슴에 칼을 품은 자가 있고 무표정해 보이다가도 누군가가 어려움에 빠지면 수퍼맨처럼 팔을 겉어 붙이는 사람도 있다. 혹은 타인의 필요함에만 몸을 움직이는 결핍된 사람들의 행위가 친절로 착각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은 없다. 최소한 SNS 안에서는 겉으로만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나 친절을 가장한 사람들이 더 인기있을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자발적으로 항상 친절해 진다 해도 내가 오는 어떤 친절이 진짜인지 가려내는 건 결국 내 몫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악설론자인 나는 언제나 상대방의 "선한 의도"를 가정한다.

상대의 친절이 선하다는 걸 내 스스로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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