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불현듯, 터무니없이, 열흘 뒤가 마감이라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해 보겠다고 혼자 목표를 세웠었다. 매일 한편씩 적으면 글이 열 편 모이니, 응모할 수 있겠다는 게 당시 나의 계산이었다.
물론, 글이라면 '일기'만 써본 사람이라서 이렇게 '가당치도 않은'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거다. 아마도 그때 나는 '글 쓰는 것을 무슨 밥 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나 본데, 요즘 흑백요리사를 보니 더욱더, 글도 밥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아니다 싶으면 발 빠르게 빠지는 민첩함을 갖추고 있어야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성격 탓에, 나는 열흘간 열 편을 쓰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도 또다시 '가당치도 않은' 계획을 세웠었다. 1년 뒤 또 응모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써보자고 말이다. 쉽진 않았다. 어떨 땐 뭔가 써지는 것 같다가도, 어떨 땐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가 싶은 지난한 시간들이었다.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꾸준히 적어보자고 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 큰 위안을 삼긴 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적어온 것 같은데, 그 노력들은 아무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에 많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막상 써놓은 글을 모아서 프로젝트에 응모를 하려니.. 세상에 맙소사, 아무리 뒤져도 한 권으로 모아볼만 한 열 편이 찾아지질 않는다. 이미 발행한 글들을 읽을 때마다 가슴과 머리가 따끔따끔 거리고 말이다. 이런 걸 글이라고 발행했단 말인가..
그런데도 동네 친구들이 내 글들에 '좋아요'를 열심히 눌러주고 간 것은 모두 '우정'이다. 지인이 아닌 분들이 좋다고 눌러주시는 것은 '응원'인 줄도 잘 알고 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림으로 치자면 스케치만 되어있는, 뼈대만 앙상한 글들을 그럼에도 꾸역꾸역 모아서 한 권으로 모으는 중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나에게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래야 앞으로 1년 동안 또 열심히 쓸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읽는 분들께 참으로 송구하다. 작년에는 그저 '적었다'는 만족에 사로잡혀서 창피한 줄도 몰랐는데, 이제는 적어 놓은 글을 보면 볼수록 발행할 만한 글 같지 않은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고, 삶의 지도가 넓어질수록 나는 작아진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가 요즘 내게 깊은 위안이 된다. 내 글에서 부족한 것이 보인다는 것은 어쨌든 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겠지.. 아.. 부디 그런 거였으면!
*오늘의 감정 [송구함]
마음에 두렵고 거북한 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