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리의사 Sep 21. 2020

코로나의 끝은 어디인가?

나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5가지 단계

 2020년 1월 30일, 중국에서 코로나 확진자수가 7736명이 되었을 때 저는 예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치사율은 10% 미만, 감염자 수는 10만 명 이상으로 예상했습니다. (Ten to Ten)

https://brunch.co.kr/@sssfriend/151 

크게 틀리지는 않았네요.

 

 또한 3월 9일 <코로나는 언제 잠잠해질까요?> https://brunch.co.kr/@sssfriend/164

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가 어떤 패턴을 보일지 몇 가지 경우를 예측해 보았는데, 그당시 <최악의 경우 II-가능성 음>에서 날이 더워져도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적중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 대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요?


1. 백신

  

 전 세계 모든 제약 회사와 국가가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백신, 쉽게 말하자면 바이러스의 일부를 미리 투입해서 우리 몸에 미리 군대를 양성해 놓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짧게는 3년에서 5년 정도 걸립니다. 실험실 테스트, 동물 실험, 임상 실험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서 효과와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대선 전까지 백신을 개발해서,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글쎄요.'입니다. 사실 완벽한, 즉 예방 효과가 탁월하고 안전한 백신이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설령 예방 효과가 탁월하고 안전한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그 백신의 효과가 몇 개월이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독감 백신 같은 경우는 효과가 6개월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매년 독감 접종을 합니다. (여름에는 독감이 유행하지 않으니, 가을에 맞으면 가을, 겨울, 봄은 무사히 넘길 수 있습니다.)

 저희 딸은 매년 독감 접종을 했는데, 2번이나 독감에 걸려 고생을 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백신이라고 할 지라도 100% 예방은 불가능합니다. 대략 70~90% 정도라고 봅니다.

 설령 안전하고, 90%가 넘는 예방력을 가진 백신이 나올지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바이러스의 '변이'입니다. 바이러스가 변신을 해서, 기존 백신의 효과가 없어지는 겁니다.


 2. 집단 면역

 

 말 그대로 집단이 면역력을 가지게 하는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획득해서 코로나가 저절로 사그라지게 합니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면역력을 획득하면, 감염병 전파가 서서히 줄어듭니다. 즉 절반 이상이 코로나에 노출된다는 전제입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다른 말로 하면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자.'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난주에 항체 검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 1440명에 대해서 항체 검사를 하였는데, 항체가 양성으로 나온 사람은 1명으로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신문에서는 다른 나라 사례를 들고 있는데 뉴욕시는 4월에 24.7%에 항체 생성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예를 보고 차라리 집단면역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910022900530?input=1195m


 하지만 기자들이 가장 기본적인 용어조차 모르며 기사를 썼습니다. 신문에서는 한국은 0.07%, 뉴욕시는 24%라고 보도했지만, 한국의 '항체'와 뉴욕시의 '항체'는 달랐습니다. 한국의 '항체'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예방력이 있는 '중화항체'를 말하는 것이고, 뉴욕시티의 '항체'는 '단순 과거 감염'만을 뜻합니다. 즉 뉴욕시에서 항체가 있다고 나온 사람은 단순히 과거에 코로나에 무증상이든, 증상이 있었든 걸린 적이 있었다는 뜻이지 다음에 코로나에 노출되었을 때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An antibody test can find out if you have ever had the virus.....It is not clear whether testing positive for antibodies provides long tern protection from COVID-19, 출처:뉴욕시 홈페이지 www1.nyc.gov)

<출처:뉴욕시 홈페이지 www1.nyc.gov>

다시 한번 용어를 정리하자면


집단 면역:  집단을 노출시킨 후, 면역력을 획득하여 점차 확산이 줄어들 게 하는 방법.

항체: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후, 우리 몸이 기억을 하는 것.

중화항체: 항체는 다음번에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감염되지 않고 물리칠 수 있는 항체. 백신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중화항체입니다.


 그래도 집단 면역을 한 번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플루엔자, 독감의 경우 치사율은 0.1~0.3%입니다. 즉 천명이 걸리면 1명에서 3명 정도가 사망하는데, 대부분이 고령 또는 면역 저하자입니다. 독감 같은 경우는 치사율이 낮기에 백신이 없다면 집단 면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릅니다.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확진자 22,975명 중 사망자는 383명으로 1.6%입니다. 세계적으로 3000만 명에 95만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사망자/확진자수로 하면 사망률은 3%이지만, 실제로 확진자 중에서 치료 받다가 죽을 사람이 더 나올 것이므로 사망자수/완치자 수로 하면 사망률은 더 높아집니다.

 세계 인구가 77억 명이기에 집단면역을 위해서 60%가 감염이 된다고 했을 때 사망률은 최소 3%로 잡으면 1억 사천만 명이, 5%로 잡으면 2억 삼천만 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감염자 중 3~5%가 사망할 경우, 수많은 비난이 집단 면역을 하기로 한 정부와 정치인에게 쏟아지기에 공개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한국의 경우 5000만 명 X0.6(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60%는 감염되어 면역력을 획득해야 함) X사망률 2%이면,  50만 명 이상이 사망합니다. 또한 어마어마한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의료체제가 붕괴되기에 사망률은 더 높아집니다.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정부와 정치인은 없을 겁니다.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은 인력과 장비, 경제 문제로 사실상 코로나 전파를 막는 것을 포기하고, 암묵적으로 집단면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 번 코로나에 걸렸다고 다시 안 걸린다고 보장할 수가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기존의 집단면역이 무효로 돌아가기에 이 또한 확실한 방법이 아닙니다.


3. 치료제


 독감 치료제는 알다시피 타미플루입니다. 약은 5일이고, 하루 2번, 총 10알로 16000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타미플루는 독감 치사율을 25% 정도 낮추고, 증상 기간을 하루 정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 치료제는 개발 중이나, 지금까지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렘데시비르입니다. 주사제로 하루 한 번, 총 5일간 6번을 투여하는데 325만 원입니다. 효과는 회복기간이 15일에서 11일로 31% 단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 이 경우는 입원환자 기준으로 10일간 투여하여하였습니다.) 다만 사망률을 11.9%에서 7.1%로 낮추었으나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NEJM 5월 22일)

 즉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고,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많은 회사들이 면역 혈청(중화 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항체를 추출하여 감염자의 몸에 투여하는 치료법)부터 다양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분투 중입니다만, 기적적인 치료제(사망률을 드라마틱하게 낮추고, 비용도 저렴하며, 부작용도 없는)는 몇 년안에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

 백신도 불투명하고, 집단 면역도 위험성만 높습니다. 치료제요? 글쎄요.
 아무리 빨리 잡아도 앞으로 2~3년은.....어쩌면....

 나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5가지 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이 모든 게 꿈만 같습니다. 마치 자고 일어나면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봅니다. 아닐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코로나는 없는 거라고 다 거짓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부정)

 지긋지긋한 이 생활에 화가 납니다. 코로나에 이어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아저씨, 대구 신천지나 특정 교회 사람들,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 다음에는 2.69875단계를 실시할 정부 모두에 화가 납니다.(분노)

 코로나가 없어진다면 하루하루를 다시 소중히 지내고 싶습니다. 해외여행을 좀 더 다니고 싶어요. 운동도 하고, 좋아하는 수영도 열심히 할 겁니다.(타협)

 하지만 코로나는 진짜고, 아무리 화를 내도, 코로나가 없어지면 이런저런 삶을 살겠다고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마냥 무기력하고 우울합니다. (우울)


 결국에는 코로나와 마스크, 해외여행을 갈 수도 없고, 외식하기도 꺼려지고, 아이들은 가끔 학교를 가는 이 모든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일상임을, 휴대폰에 이어 마스크가 필수품임을 인정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서 치사률이 낮아지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냥 감기처럼 말입니다. 코로나 1, 2, 4, 5번 처럼 말입니다. 3번인 SARS나, 6번인 MERS 처럼 사망률이 높아진다면 그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현대판 흑사병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는 7가지입니다.

1. Human coronavirus 229E (단순 감기)

2. Human coronavirus OC 43 (단순 감기)

3. SARS-CoV (2003년, 사망률: 9%) :광둥 성 로컬 시장 첫 발생, 사향고양이  

4. Human coronavirus NL63 (단순 감기)

5. Human coronavirus HKU1 (단순 감기)

6. MERS-CoV(2012년, 사망률 한국: 19.3%): 중동 지역 발생, 박쥐와 낙타

7. Wuhan coronavirus(2019-nCoV, 사망률 미정 ): 우한 로컬 시장 첫 발생, 박쥐 추정


 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 최선을 기대하고, 최악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마스크를 쓰고 찍는 사진이 일상 사진이 될 것 같네요. 그래도 마스크를 쓰니, 굳이 얼굴 모자이크를 할 필요가 없네요.



오류 수정받습니다. 가르쳐주시면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의사가 의사를 뽑을 때(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