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밧 모험여행 03. 사흐리삽스 ~ 길론(Ghilon)
여행자의 길은 새롭다. 매일 새로운 일상이 펼져진다. 머뭄과 떠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발길 머물게 하는 곳. 어디쯤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방랑이 아닌 멈추기위해 떠나는지 모른다. 업의 윤회와 같은 길 위에서 여행은 순례다. 끊임없이 떠나는 나는 여행 순례자.
산행 준비도 해야겠다. 가보지 않은 길. 사마르칸트 도시를 벗어나 오지로 향한다. 아웃도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패밀리 파크몰에 들렀다. 여행을 많이 하다보면 짐이 가벼워지게 마련이다. 필요한 것은 대부분 현지에서 조달하곤한다. 매트리스와, 보온 의류, 몇가지 캠핑에 필요한 도구를 구입했다. 레기스탄 주변 사람들의 일상이 눈에 들어온다. 친구들이 생겼다. 한국에서 몇 년 일을 하다 오신 마트 아저씨. 바삭하고 맛있는 솜사(Somsa, 밀가루 반죽에 고고기와 양파 소를 넣어 화덕에 구워낸 전통 음식) 식당은 매일 들르게 되는 아침 백반집이다.
독특한 문화속에 전통을 유지하는 민족들 오지 마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 길론(Ghilon)으로 가보려한다. 티무르가 태어난 샤흐리삽스에서 80km 떨어져 있다. 2018년 중반까지 외국 여행자는 방문할 수 없었다.
마트 아저씨는 한국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몇년간 타국에서 힘들었을 노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마트를 운영하며 정착할 수 있었다. 내게는 여행 조력자가 되어 주셨다. 샤흐리삽스까지 이동하기위해 장거리 택시 정류장으로 데려다 주셨다. 기사님들과 흥정까지 해주셨다. 합승해서 출발할 수 있었다. 자가용 영업은 주요 교통수단이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 특정 거리에서 승차한다. 인원이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샤흐리삽스까지 1인 80,000숨(약 9,000원)에 가기로 했다.
샤흐리삽스(Shahrisabz)는 티무르의 고향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도심을 벗어나 고원을 넘는 길이 대관령길처럼 구불구불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안개가 많고 시야가 좋지 않다. 2시간 30분을 달려 샤흐리삽스에 도착했다. 옛 성이었던 아크사라이에서 내렸다. 인도의 피가 흐르는 드라이버일까? 내려서는 딴 소리를 한다. 배낭도 한 사람 요금을 달라고 한다. 인도에서부터 여행 내공을 쌓아왔다.싸우지 않고 여행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앗 살라무 알라이쿰” 일단 가슴에 손은 얹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드라이버가 저한테 배낭요금을 더 내라고 합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티무르를 좋아하는 여행자입니다.”
영어가 통하는 젊은 아가씨가 있었다. 나를 대신해 주었다.
“오케이, 노프라블럼”
드라이버는 멋쩍은 듯이 손을 흔들며 힁한 거리에 내려놓고 돌아갔다. 사람사이 이해의 다리를 놓으면 관계는 좋아지게 마련이다.
눈에 띄는 건축물은 아크사라이 궁전(Ak-Saray Palace)이다. 페르시아어로 ‘하얀 궁전’의 뜻을 가진다. 14세기 후반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궁전 중 하나였다. 티무르는 이곳을 제국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했다.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을 건축하여 자신의 권위와 위대함을 과시하고자했다. 명나라 원정중 갑작스런 죽음으로 완성을 보지 못했다. 지진의 피해로 일부 잔해만 남아 있다. 궁전의 정문은 높이 38m로 원래는 50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군가 내 힘을 의심한다면 이 건물을 보여주라”
(페르시아어 원문 : اگر کسی به قدرت ما شک دارد، این ساختمان را ببیند)
궁전 정문에 새견진 글귀이다. 2개의 기둥이 남아 티무르의 야망과 권력을 상상케한다. 아크사라이 궁전터외 성벽과 영묘등 다양한 유적들도 함께 있어 볼만하다.
길론까지 이동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차편을 구하기가 쉽지않다. 겨울이라 오가는 차량들이 많지 않다. 오지일수록 핸드폰 정보도 통하지 않는다. 해가 지기 전에 이동해야해서 마음이 급해진다. 일단 영어가 통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호텔 케시 팰리스(Hotel Kesh Palace)가 보인다.
“길론을 가려면 어떻게 갈 수 있나요?”
“길론을 왜 가나요?” 호텔 여직원은 서툰 영어로 의하해하며 묻는다.
“하지랏 술탄 산을 오르려고요”
하즈랏 술탄(Khazrat sultan, 4,083m)
여행자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경계에 있는 산. 무슬림들의 성산 하즈랏 술탄(Khazrat sultan, 4,083m)이 있는 곳이다. 매년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기도를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1년에 한 달(7 ~ 8월)동안만 등반이 허용된다. 초원의 순례자 캠프에서 시작해 8km, 6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자정에 캠프를 떠나 정상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고산병을 느낄수 있고 날씨의 변화가 심한 곳이라 순레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걱정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녀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길란 차량을 타기위해 이동했다. 길이 험한곳이니 차량이 없으면 호텔로 돌아오라는 말도 잊지않았다. 택시는 10여분을 달려 길가 식당앞에 세웠다. 한참을 기다려 길란으로 가는 차량을 만날 수 있었다. 주민분이 시내에 나왔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산길을 잘 달릴수 있을까?' 흙먼지로 뒤덮인 오래된 차량이다. 안에는 각종 식료품과 물건들이 가득했다. 수첩에 적은 목록을 일일히 확인하신다. 부탁받은 물건들인듯 하다. 오후 4시가 되어 출발했다. 길론까지 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사흐리삽스를 벗어나 30여분 포장 도로를 달린다. 미라키(Miraki) 마을을 지나니 구불구불 점차 고도가 높아진다. 비포장 산길로 접어든다. 흙먼지에 날씨도 좋지 않아 안개가 자욱하다. 산에서 굴러내린 돌들이 여기저기 길을 막았다. 포크레인이 길을 정비하고 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우리나라 다마스 차량이다. 거침없이 좁은 산길을 앞질러 달린다. 날이 저물어 시야가 없다. 돌길에 차량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둠 컴컴한 산골이다. 2시간을 꼬박 달렸다. 간간히 집들이 보인다. 마을에 들어선것 같다. 방향감각은 없다. 공터 작은 마트 앞에 도착했다. 나무 전봇대 작은 불빛. 팔장을 끼고 두런히 서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드라이버가 나를 소개한 모양이다. 모두들 손을 내밀며 환영의 인사를 한다
아저씨는 숙소가 어디냐고 물어본다.
“정해진 숙소가 없어요 추천을 해주실수 있나요?” 번역 어플을 활용해 말씀드렸다. 어디론가 분주히 전화를 거신다. 다시 출발이다. 이리저리 골목을 오르내리며 한참을 돌아 마당이 있는 집에 도착했다. 홈스테이 하우스였다. 타지키스탄 파미르 횡단할 때 익숙하게 묵었던 현지인 숙소와 비슷하다. 노부부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늦은 식사를 푸짐하게 차려주셨다. 따뜻한 차와 빵, 뜨끈한 양고기 탕 요리에 과일까지.
편안한 잠자리다. 카펫 위의 두툼한 이불, 작은 라디에이터는 방안을 훈훈케 한다. 고도가 있는 지역이라 이동하며 한기를 많이 느꼈다. 배낭을 내려놓고서야 하루의 긴장이 풀린다. 이곳에 있는 동안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길론의 시간에 맡겨보려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몸짓과 표정으로 서로를 이해했다. 길 위의 만남. 수많은 인연들과 잘 짜인 각본처럼 진행이 된다. 다르게 전개 되더라도 상관없다. 그것 또한 나를 위함을 알게 된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마음의 평온과 깨어 있음을 느끼는 것. 지금은 여행중이다.
글. 사진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