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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 좋아, 오지 마을 산책하기

파르밧 모험여행 04. 길론(Ghilon)

by 파르밧



해발 2,600m 하늘이 품은 산골 마을, 길론

무작정 산책하기는 이방인의 특권이다. 모퉁이를 돌아 누군가 눈이 맞추지 면 놀라지 말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수 요정과 마주친다.







▲ 길론 마을 홈스테이 하우스. 여름이 되면 과수원에 과일이 풍성하게 열린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간밤에 눈이 내려 하얀 세상이 되었다. 고요하다. 주인아저씨와 함께 식사를 했다. 계란프라이, 요구르트, 빵, 견과류, 차 모든 것이 풍족하다. 남김없이 다 먹었다.

오늘의 할 일. 마을 산책하기. 아주머니는 핸드폰으로 결론의 곳곳을 보여주셨다. 폭포와 초록의 나무들, 과일이 풍부한 6 ~ 8월이 여름이 여행자들도 많이 방문하는 시즌이다.


카메라를 챙기고 집을 나선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자. 밤에 도착했던 마을의 중심가로 향했다. 길가엔 인적 없이 조용하다. 걷다 보면 작은 것들에 끌린다. 갤러리 아트(Gallert Art) 간판이 보인다. 호기심에 기웃거리던 때. 건너편 이층에서 아저씨가 내려오셨다. 문을 열어 안내해 주셨다. 일반 주택의 방에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마을의 사계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들이다. 산책의 시작이지만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황토 흙집들, 골목길, 양 떼를 모는 목동. 밤하늘의 별들.


유명한 화가셨다. 우즈베키스탄 총리와 찍은 사진도 보인다. 물레방아 사진이 눈에 둘어왔다. 힘차게 도는 계곡물에 가을의 여운이 담겨 있다. 직접 가서 보고 싶다. 마을에서 30여 분 산등성이 길을 내려왔다. 물레방아 제분소(Chptchur Bobo Water Mill)에 도착했다. 전통 방식으로 지역 주민들의 곡물을 빻는데 사용된다. 문은 잠겨있었다. 그림으로 보았던 그대로 사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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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아트, 길론의 사계를 담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마을 전경을 보고자 능선을 올랐다. 평지가 없어 어딜 가던 오르내림을 해야 한다. 전망 좋은 집을 발견했다. 멋진 뷰포인트다. 낯선 여행자를 보고 놀라실까 먼저 인사를 드렸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테라스. 풍경을 찍는 내게 사과를 한가득 주셨다. 감사의 마음으로 받았다.


“앗살라무. 알라이 쿰!”


꼬맹이 남매는 쑥스러운지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기만 한다. 엄마 뒤에 숨어버렸다. 마트에 데리고 가서 군것질 과자를 사주었다. 아이들은 내게 경계심이 없다. 그저 카메라든 이방인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 길론 마을 전경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요새와 같다




축제가 있는 걸까? 전통 복장의 젊은 여성들이다. 빨간색 드레스에 형형색색 자수를 넣어 화려하다. 하얀색 숄을 두르고 꽃무늬 새긴 모자로 통일했다. 무용수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를 타고 이동한다. 커다란 케이크를 들었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다. 나를 위한 모델이 아니니까. 사진 찍기는 여행자로서 지켜야 할 수칙 중 하나이다. 다른 문화의 호기심 어린 행동이 낯설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먼저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린 날씨가 점점 개어온다. 높은 산들이 마을을 품고 있다. 파란 하늘이 열린다. 설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네팔 히말라야처럼 신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마을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따라 걸어간다.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순백의 마을은 더욱 새롭다.


해발 2,600m의 결론은 타지크 전통의 오래된 마을이다. 평평한 땅이 거의 없는 산골이다. 주민들 대부분 전통적인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한다. 이슬람 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있다. 외부와의 교류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전통적인 타지크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음악, 춤, 수공예품 등이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슨 감자가 이곳에서 자란다. 동쪽으로 4,000m가 넘는 하즈랏 술탄 성산이 있고 타지키스탄과 경계를 이룬다. 마을 곳곳에 물이 흐른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물길을 놓았다. 거리의 배수로를 따라 집집마다 연결된다. 이웃 마을인 쿨, 셧, 사르차가 있는데 모두 타지크 마을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간다. 가족과 마을 공동체를 중요시한다.




▲ 주변에서 꽤 큰 마을이다. 전통 방식의 흙 벽돌을 사용하고 지붕은 양철 자재를 사용했다.



타지크 사람들
파미르 고원 주변에 거주하는 페르시아계 민족이다. 고대 소그디아나(Sogdiana)와 박트리아(Bactria) 지역에 거주하던 후손이다. 이 지역은 실크로드 중심지로 번영했지만 잦은 외부 침략에 노출되었다. ▲ 7-8세기 아랍의 이슬람 정복 이후,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였다 ▲ 13세기 몽골 제국의 침략 당시. 산악 마을은 타지크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소련 시대(1920 – 1991) 도로와 학교를 건설하고 집단 농장을 도입했다. 인프라 건설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려고 했다. 산악 지대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했다.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었다.



▲ 대문 장식이 눈에 띈다. 산골 마을과 세상을 잇는 필수품 차량을 갖춘 있어보이는 집이다
▲ 대부분 경사가 있는 언덕에 집들이 늘어서 있다. 대부분 무슬림 주민들.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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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WD 차량 (좌).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마른 소똥을 저장해 둔다(우)




전통 가옥들은 독특한 구조다. 1층에는 가축을 기르고 2층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형태다. 마당에는 불을 지피는 아궁이가 있다. 대부분 흙으로 지어지고 양철로 지붕을 덮었다. 겨울 연료로 사용하는 장작과 마른 소똥이 곳곳에 있다. 마당에는 주차 시설도 있다. 오래된 차들이다.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 ‘다마스’ 차량이 많다는 것이다. 높은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화려한 장식의 철물이 있는 집은 꽤 부유해 보인다. 모퉁이를 돌았다.


“뭐지?”




▲ 창문을 의지한 채 일어서 무심히 바라본다. 나를 미소짓게 하는 아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머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아기가 나타났다. 두 손으로 창문을 짚어가며 힘차게 일어선다. 귀걸이를 하고 분홍색 맞춤옷을 입은것을 보니 여자아기인가보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우리 둘만 눈마춤을 하고있다. 유일한 관객을 위해 얼굴 찡그리기 마임을 했다. 관심끌기 성공이다. 손바닥이 하얗게 되도록 버텨낸다. 가장 평화로운 마을에서 순수를 만났다.


“반갑워, 아가야! 삶의 시공간에 우리의 만남을 인연이라 한단다. 건강하게 자라야 해”


"잘가요" 손을 흔든다. 멀어져 가는 나를 뚜러지게 처다본다.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저문다. 5시만 되면 캄캄해진다. 기온도 뚝 떨어진다. 높이 솟아있는 설산이 빛을 받아 빨갛게 물들었다.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100세 어른들이 많은 정착지로 유명하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마음의 평온이 건강의 원천 아닐까? 중앙아시아는 과일의 천국이다. 여름의 과일이 무르익는 시기. 당도 높은 멜론의 독특한 맛과 향은 잊지 못한다.


홈스테이로 돌아왔다. 아주머니는 저녁 준비가 한 창이다. 향신료를 넣어 양고기와 야채. 쌀을 볶아낸 플롭(Plov)을 준비하셨다. 근처에 사는 아들과 손자도 방문했다. 요리손도 크시고 음식솜씨도 좋으시다. 어쩐지 할머니표 피자는 손주를 위함이었다. 아주머니는 말씀이 많으시다. 아니 궁금한게 많으시다. 러시아어도 하시고 타지크어도 하신다. 번역어플을 활용해 오늘의 마을 산책이야기를 나눴다.




▲ 모든것을 만들어내는 무함마드 장인. 전통을 고수하는 타지크 사람들의 수공예 기술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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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들 핫산은 나에게 꼭 보여줄 곳이 있다고 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어떤곳일지 궁금하다. 차로 10여분 밤거리를 달려 골목에 도착했다. 예술가 ‘무함마드의 집’ 이었다. 갤러리 아트와 같은 장인의 작업실이다. 뭔가 다르다. 보물창고다. 나무로된 총, 칼, 활, 방패, 신선들의 지팡이, 각종악기들. 나무와 철을 다듬은 온갖 작품들이 있었다. 장총과 방패를 들어 보이셨다. 모두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기념패와 상장들. 인간문화재 증명서로 보인다. 소정의 감사함을 표했다. 무작정 마을 산책하기는 성공적이다.


한 겨울 마을에 이방인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먼저 인사를 했다. 내게 웃음으로 때론 악수를 청하며 반겨줬다. 가족들에게 유명 인사가 되었다. 커다란 카메라 때문인가? 길론을 알리기 위해 취재하고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쯤으로 부상했다. 오지 마을에서도 세상과 소통하는데 핸드폰은 필수다. 사마르칸트에 사는 자녀들과도 화상통화를 한다. SNS 팔로우 사이가 되었고. 여행을 마치고도 길론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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