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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강아지, 노래

by 이용수

갑자기 추워졌다

내복을 꺼냈다

오랜만에 온수가 나왔다

샤워를 하고

퉁퉁한 차림으로 야작을 한다

오히려 나를 달래는 일이다

말이 안 되는 어제와 오늘이었다

소신의 핑계를 단 충성이 황당하다

이 대목에서 눈이 온다 소설처럼

녹슨 난로는 은분 페인트 입혀 놓으니 산뜻하다


후임병이 다방에서 강아지를 얻어 왔다

털이 하얗고 뽀송뽀송하다

과자를 파삭 부수어주니 잘 먹는다

배가 고프구나 싶어서

라면을 조금 남겨 차려 주었는데

거들떠도 안 본다 글쎄

꼬깔콘만 야금야금 해치우고는

눈을 말똥 뜨고 아쉽다고 나를 본다

난로에 올려놓은 주전자는 엉덩이가 화끈 할 텐데도

몸을 오므려 연신 입김을 뿜어댄다


‘별이 빛나는 밤에’가 끝났다

고요가 흐르고

마음속으로 고요가 흐른다

난로 발간 불꽃처럼

순연한 것이 청춘이라면

접어두어도 날개가 되고

나의 생애를 펄럭일 것이므로


더 이상 투정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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