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하기 참 쉽죠?(2014.11.25)
조직생활이 사회생활의 전부라고 해야 할 만큼 우리는 회사에 메여 산다. 그 회사에는 분명히 내게 업무지시를 하는 상사가 있으며, 그들은 대개 층층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군대 지휘관 같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 그들에게는 패기 넘치는 자신감과 무시무시한 추진력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고, 개발경제 시대의 속도전에서 쉽게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소통과 협력이 부각되면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무장한 형님들이 대세로 등극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주는 능력자이건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의 능력자이건 간에 훌륭한 리더의 전제조건은 기본적으로 능력이었다. 나머지는 그저 스타일의 차이였다. 탁월한 업무수행능력과 풍부한 현장 경험과 뛰어난 판단력을 활용하여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능력은 가히 리더의 필수요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스타일의 차이를 별론으로 하고 정말 능력 있는 리더가 최선일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건 조직에 능력자가 얼마나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비롯되었고, 결국 능력이 있어야만 인정받는가 하는 것이었고, 최후의 생존자 중에는 의외로 무능하고 뻔뻔하거나 부끄러움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깨닫게 된 탓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직위상 리더이지만 전혀 리더로서 존중하기 어려운 덕목들을 두루 갖추고 계신다. 난 그분이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화려하다면 화려하고 초라하다면 초라한 자리를 버티고 계신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바로 어제까지. 그런데 1년 남짓 그분의 어법과 행동양태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분은 단 서너 마디의 말을 시의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결정도 기획도 대응도 없이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이다.
그분이 난처하거나 판단이 서지 않거나 코너에 몰렸을 때 쓰는 몇 개의 단어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나머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길 뿐...
1. 글쎄
누군가의 예리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 어떤 답변도 궁색해질 때 어김없이 이 두 음절이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 두 음절 외에는 어떤 오해받을 만한 말을 삼간다는 것.
2. 뭔 말인지 알지?
엄청 장황하게 업무지시를 내리고는 본인이 내린 지시의 실체를 스스로 기억하지 못할 때마다 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
3. 왜냐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결론이나 주장을 도출하기에 앞서 그 논리적인 이유를 설명하지만, 이 분은 밑도 끝도 없는 결론을 뜬금없이 던지고는 어김없이 '왜냐하면'을 들먹인다. 참고로 왜냐하면의 다음에 오는 말은 그 어떤 말이던 앞의 주장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로 한없이 메워간다는 사실.
4. 그렇지, 그렇지.
끝도 없는 공허한 언어의 향연을 견디기 힘들어한 부하직원이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하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기 시작할 때 등장하는 말로, 부하직원이 제시한 해법을 지금까지 본인이 했던 말의 요지인 양 스스로 착각하면서 외치는 감탄사.
직장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만 알면 된다.
“글쎄... 뭔 말인지 알지?... 왜냐하면... 그렇지, 그렇지.... “
그러나 이 네 가지 어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리더여야 한다. 부하직원이라면 퇴출 0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