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는데, 요즈음에는 타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더 익숙해진 기분이에요. 소장, 고소장, 준비서면 속 의뢰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더 잘 담아낼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금세 흘러가네요.
오늘은 모처럼 토요일 오전 아쉬탕가 요가를 마치고 나른해진 몸과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자본주의만이 저를 아침 일찍 일어나게 하는 줄 알았는데, 요가도 자본주의 못지않은 힘으로 토요일 아침 저의 눈을 번쩍 뜨게 하더라고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요가원에 가 여러 아사나를 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사바아사나를 하고 나면 하루치의 피로와 근심은 어느새 사그라지곤 해요. 울퉁불퉁했던 마음이 요가 수련 후에는 평평하게 다져지는 느낌이랄까요. 그 느낌이 좋아 아무리 바빠도 일단 요가원부터 다녀온 후 야근을 하게 돼요.
생각해 보니 이제 4년 차에 접어든 요기니네요.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요가가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요가의 장점에 대해 줄줄이 말하고 있네요. 그리고 지금은 요가에 대해 글을 쓰고도 있고요.
처음 요가를 시작한 건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더 이상 병원에 다니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당시 어깨 통증이 심해 한 번씩 정형외과에 가서 도수치료를 받았고, 업무 스트레스가 큰 날이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와 큰 쇠망치가 머릿속을 댕댕 두드렸고, 그럴 때면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고 진통제를 먹고 침대에 누워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런 패턴이 한 달에 몇 번씩 반복되자 건강에 대한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던 시기였는데, 운동이란 격렬한 신체활동을 동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시 집 근처 격투기 학원에 등록했어요. 학창 시절에 태권도 학원을 꽤 오랫동안 다녔었기 때문에 격투기 학원이 낯설지는 않았어요. 글러브를 착용하고 구령에 맞춰 발차기와 복싱 동작 등을 배웠어요.
예전에 도복을 입고 즐겁게 태권도 학원을 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고, 신이 나서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강사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했어요. 순식간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갈 땐 다리의 힘이 풀려 천천히 걸음을 내디뎌야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과유불급이었을까요. 바로 다음날부터 극심한 근육통에 시달리고, 온몸의 기력이 빠져나간 기분이었어요. 물론 격투기 훈련 후 응당 따라오는 그림자 같은 통증이겠지만, 문제는 그 통증이 너무 심해 업무 집중도가 확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격투기는 너무 재미있지만, 후유증이 먼저 떠올랐고, 그 후유증에 사로잡혀 몇 번 가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어요. 꽤나 호기롭게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금세 그만두게 되자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동료 변호사님이 요가를 추천해 줬고, 요가는 대학교에 몇 번 해보고 지루했던 기억이 가득했던 저는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어요.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동료 변호사님과 함께 요가원에 등록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함께 요가원에 다니게 되니 가기 싫은 날에도 같이 가는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꾸역꾸역 나가게 되더라고요. 한 6개월 정도는 가기 싫은 날이 더 많았고, 다녀와도 큰 느낌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주로 힐링 요가 수업을 들었고, 스트레칭 위주의 동작에 땀이 많이 나지 않았고, 중간 명상 시간에도 머릿속에는 끝마치지 못한 일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그러던 찰나에 코로나 19로 인해 방역패스가 실시되었고, 이로 인해 요가원에 가는 것이 요원해지게 됐어요. 저는 코로나19 백신이 단기간에 개발되었고, 부작용에 대한 실험이 충분하지 않아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백신 미접종자가 요가원에 가기 위해서는 PCR 검사를 한 후 음성확인서를 문자나 종이로 받아 제출해야 했고, 음성확인서는 48시간이 경과한 날의 24시까지만 유효기간이 인정되어 매주 PCR 검사를 받아야 요가원에 출입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요가에 대한 제 의지는 시험에 들게 되었어요. 가장 가까운 PCR 검사소는 지하철역 앞 광장이었는데, 오후 6시 전에 마감되므로 늦어도 오후 2~3시에는 도착해서 약 1시간가량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겨우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어요. 뜻하지 않게 겨울바람을 맞아가며 PCR 검사 줄을 서면서 이렇게 하면서까지 요가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남들처럼 백신 접종하고 편하게 요가원에 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어요.
이로써 요가냐, 백신 접종이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지만, 결국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고, 저는 매주 한 시간가량 줄을 서면서 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었어요.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요가원에 가게 되자 요가를 대하는 저의 자세는 전보다 좀 더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요가원에서 들은 대로 자세도 점점 바르게 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사나도 정말 미세하게, 나만 알 수 있는 만큼씩 점차 좋아져 성취감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두통의 횟수가 줄어들자 진통제를 덜 먹게 되었고, 도수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자 병원 대신 요가원을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요가에서는 이완을 무엇보다 강조하는데요. 늘 긴장 일변도의 생활 속에서 이완은 새로운 시각이었어요. 긴장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긴장의 반작용으로 그만큼의 이완도 필요한데, 이완의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이완에 미숙한 저는, 이완의 시간을 가지려고 빠짐없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시간이 쌓이다 보니 요가가 제 삶에 스며들었고, 현재는 요가를 하지 않았을 때의 불쾌가 너무 큰 지경이라 요가원 가는 일정을 제1순위로 비워두고 있어요.
요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네요.
앞으로 언니와 편지를 통해 요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