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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나마스떼 Sep 08. 2024

바라보는 시간

현아

나현~

답장 잘 읽었어!


나도 완전한 공감이 되는 내용이더라.     


특히 “예전에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는데, 요즈음에는 타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더 익숙해진 기분이다.”라는 이야기를 보고, 더 공감이 됐어.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게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최근에 겪은 감정들이 떠올랐어.     




내가 10년 정도를 어떤 조직의 일원으로 혹은 조직의 일부로 일을 해오면서, 항상 나는 어떤 조직 안에서 나 개인이 꼭꼭 숨어있었던 기분인데, 내가 독립을 하게 되면서, 나를 감싸고 있던 조직의 포장을 벗고 나에 대해서 드러내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거든.     


그런데 그게 그렇게도 많이 어색하게 생각이 되는 거야.     


나는 그동안 회사의 일원으로서, 혹은 의뢰인을 대리해서, 회사를 대리해서 일을 해 오면서, 대외적으로 나를 드러냈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     


내가 조직 속에 숨어있어서였는지,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서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냥 '명함'이라는 것을 주고받으면서 편하게 자기소개를 대신했었거든.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성향인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에 관해서 공식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설명을 해본 적이 없더라. 스스로도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아마도 '설명'할 겨를도 없이 눈 앞의 것들을 처리하며 그저 살아가기 바빠서였는지도...)


그런데 '명함'이 없어지게 되었던 시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차츰차츰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고 어색해하면서 하나씩 스스로 정리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     


내 약력, 경력,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 일을 하면서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것들을 느껴왔는지... 이런 것들을 쭈욱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들을 갖게 되고, 정리해 보게 되면서 나 스스로도 내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갔던 것 같아.     


바빠서, 혹은 정신없어서 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보거나 보살펴본 적이 없이, 계속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라는 물음에 대해서 하나씩 생각해 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할 수 있게 되는 느낌이 한편으로 되게 좋았어.

     

그러면서 문득 과거의 10여 년을 돌아보면서, 내 커리어와 함께 했던 요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지.  

   

내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요가를 떠나지 않고 찾게 되는 것과 내가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그 기간 동안 이 업과 관련된 커리어를 지속하고 있는 것.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래도 내가 이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과 “요가도 그만큼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한 때는 일을 하면서 너무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정말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고, “이렇게 내 인생과 건강과 에너지를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과 허무함 같은 것을 느껴보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이 정도 이렇게 열심 내어서 꾸준히 하고 있으면, 그래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우리는 “살려고 운동한다.”, “살려고 요가한다.”라고 표현하지만, 그래도 일을 열심히 하게 될수록, 덩달아 요가도 열심히 하게 된다는 면에선 우린 양쪽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요가 선생님이 수업 중에 자주 해주시는 코멘트 중에 “지금 자신의 자세와 자신의 호흡, 그리고 통증이 있다면 그 통증이 있는 곳을 바라보세요.”라는 말이 있거든.


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일을 하면서 하루 중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이 적거나 거의 없잖아.


‘지금 내가 제대로 앉아있는지’, ‘지금 내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 ‘지금 내 어디가 아픈지’.


이런 것들에 잠깐이라도 제대로 관심을 두고 알아차리거나 바라보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요가를 하게 되면 그런 바라보는 시간들을 갖게 되더라고.     


아사나를 시작하기 전 가부좌를 한 상태에서는

‘지금 내 자세가 어디가 불편한지’,

‘지금 내가 호흡을 제대로 들이쉬고 내쉬고는 있는지’를 살펴보게 되는데,

어김없이 여기저기가 불편하고,

호흡은 하는 듯 마는 듯 짧디 짧은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거야.


그러면 의식적으로 더 똑바로 앉아보게 되고,

호흡은 일부러라도 길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면서 심호흡에 신경을 쓰게 되는 거지.


그리고 아사나를 하는 동안은

‘이 자세를 할 때는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굳어있어서 동작이 잘 안 되는지’를 바라보면서 인식하고, 그 쪽에 더 신경을 써준다거나 호흡을 더 정리하면서 아사나를 더 잘 취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렇게 모든 아사나를 다 끝내고 나서 마지막으로 사바아사나를 하면서 누워있는 그 시간 동안은, 어디에 혈액순환이 되고 있는지, 어느 부위가 시원해졌는지, 그리고 몸과 마음이 얼마나 개운해졌는지를 돌아보게 되지.     


이렇게 요가 1시간을 하는 내내 그렇게 내가 나의 몸과 마음과 상황을 바라보게 되면서, 스스로를 보살피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그 1시간이 매일 매 순간 발 동동거리며 시간에 쫓기는 우리에겐 참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잖아!


최근 6개월 동안,

내가 독립해서 나만의 업을 꾸려가게 되고, 요가도 다시 시작하면서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좋았고, 또 이런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바라보게 되면,

아픈 곳도, 아쉬운 것도 마주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후회도 되고 괴로운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나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봐 주지 않으면, 누가 또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바라봐주겠어!     


우리도 우리의 의뢰인들을 위로하고 변호해 주듯이, 때때로 우리 자신도 위로하고 변호해 주는 게 필요해!     


나현아~

오늘 자세는 어땠니?

심호흡은 좀 했어?

아프거나 불편한 곳은 없고?


자기 전에 한번 더 바라봐주자!

     

오늘도 나마스떼~!





[사진 : 안나현 作, Pa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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