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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나마스떼 Sep 01. 2024

수리야나마스카라처럼!

현아

나현~

우리의 관심사가 비슷해서 같이 글을 써봐야겠다고 얘기를 꺼내본 지 반년이 다 되어서야 첫 글을 쓰게 되었네!     


그 사이에 나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너랑 같이 글을 써보자고 이야기했던 계기가 된 “요가”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어.     


우리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이렇게 첫 글을 시작하게 된 데 의의를 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첫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 볼까 고민해 보다가,

결국에 내가 어떻게 요가를 시작했었고, 내가 다시 어떻게 요가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너랑 이렇게 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부터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어.     




내가 처음 요가를 접한 건, 24살 때였던 것 같아.     

평소에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걸 좋아했었기 때문에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을 해서 다녔는데, 그때 그 센터에 요가 프로그램이 있었고, 요가는 어떤 운동일까 하는 호기심에 수업을 들어보기 시작했어.     


마침 차츰 고시공부를 본격적으로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때였고, 요가가 '긴장감을 차분함으로 바꿔주는 느낌'이어서 공부를 하면서 같이 병행하기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했어.  


공부를 마치고 주에 2~3회씩 저녁 9시쯤의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마침 그때 요가강사님이 너무 세심하게 기본기를 잘 가르쳐 주시는 분이었고,

아로마 테라피 등등 재미있는 요소들을 가미해서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요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꾸준히 가질 수 있었어.  


그때 ‘웃자이 호흡(Ujjayi Pranayama)’을 처음 제대로 배웠고, 아사나와 명상 등등에 대해서 잘 배울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오랜 시간 요가를 하지 않았었는데도, 최근에 다시 요가를 시작할 때 그 호흡과 자세의 기본기는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물론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요가 실력은 별개인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고시공부를 하는 동안 꾸준히 요가를 했었는데,

긴 수험기간 내내 주 2회 요가는 나를 지탱해 준 루틴의 하나였고, 체력 유지와 긴장감 해소, 집중력 향상에 꽤 도움을 받은 것 같아.     


그 후로 연수원에 들어가서도 주 1회 정도 요가를 등록했는데,

연수원 일정이 워낙 빡빡하다 보니 자꾸 거르게 되고 결국 등록을 포기했어.

     

그러다가 로펌에서 일을 했을 때, 엄청난 업무량과 업무강도를 버텨야 하니까 긴장감에 꽁꽁 굳는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 진짜 말 그대로 "살기 위해"요가를 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 보니 정말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요가를 하게 되었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돌아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던 그때가 내 요가실력이 최고로 좋았던 때였어.


그때 평일에는 도저히 운동을 할 수 없었어서, 주말에 여는 요가원을 찾다가,

토요일에 요가강사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에 등록을 해서 다니게 되었어.     


나는 강사도 아니고 요가실력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요가원 한 구석 끄트머리에서 혼자 낑낑대며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내 앞, 옆에서 수련하시는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선생님들의 기운과 에너지에 올라타서 내 요가실력도 쑥쑥 올라가더라고.     


그 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로펌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살기 위해' 했던 요가였어서 그런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요가를 안 하게 되더라.    

 


그렇게 5년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고,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로펌변호사도 기업변호사도 그 아무것도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많이 지쳐 있는 건강부터 챙기기 위해 다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어.


     



아주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요가원에 가니 기분이 아주 묘~했는데,

10여년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변호사도, 책임도, 팀장도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와

'앞으로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까.'를 고민하고 모색하던 때여서 그랬는지,

뭔가 내가 다시 인생의 아주 맨 처음의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어.     


어린 학생이던 그때,

호기심을 가지고 눈을 반짝이며 처음 요가를 배우러 갔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     


어색하지만 차분하게 요가원을 구경하면서 앉아 있다가 첫 아사나를 시작하는 그 순간,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동안 내가 그곳에 오기까지 지나온 모든 시간들이 머릿속에 확 지나가면서 눈물이 핑 도는 거야.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요가를 하러 왔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워서 나는 눈물이었는데,

그때, '내가 요가를 꽤 오랜 시간 했었는데, 그게 그냥 했던 게 아니고, 몸과 마음이 진짜 좋아했었던 거구나…' 깨달았고,


‘사람은 안 바뀐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맞고 자기가 좋아하는 건 언젠가는 어떻게든 다시 하게 되어 있는 거구나. 다시 찾아가게 되어 있구나.’ 생각했지.


마치

'수리야나마스카라 플로우(Flow)가 시퀀스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맨 처음의 동작으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나도 돌고 돌아 다시 요가의 그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     




어느새 그렇게 다시 요가를 시작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나버렸는데,

주 1회만 해서 그런지 아직도 요가하러 가는 길과 요가를 하는 시간, 요가를 하고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설레고 좋아.


나현아, 너는 어떻게 처음 요가를 하게 되었는지,

어떤 계기로 그렇게까지 '요가홀릭'이 되었는지 궁금해.


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커버이미지 : 안나현 作, 아쉬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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