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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나마스떼 Sep 15. 2024

'머물기'와 '나아가기'

현아

나현~


월요일이라 분주하고 어수선한 와중에 잠시 편지를 읽는데,

완전한 집중 상태에  빠져들어서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글을 읽는 나를 발견했어.     


글을 읽는 게 너무 재밌고, 나는 또 쾌속선 같은 답장을 한시라도 빨리 쓰고 싶어 졌지 뭐야 ㅎㅎ     


나도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요가 인연에 흥이 난 것 같아. 게다가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더 공감도 많이 되고!     


사실 나는 요가를 알고 애정하게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요가에 대해서’ 신이 나서 이야기할 누군가를 찾지 못했었거든.


그 이유는, 그동안 요가원에서 딱 요가만 하고 돌아오기 바빠서 요가 메이트를 만들지 못했었던 것일 수 있고, 요가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는 것 같아.     


근데 이렇게 요가와 일상에 대해서 나누는 글을 누군가와 주고받으며 쓰고 있다는 게 꽤 신나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오늘 많이 느꼈어.   




요가인연이라고 생각해 보면, 나에게 처음 요가의 매력을 알려주셨던 선생님이 생각나는데,


성함이 기억이 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그분은 요가에 꽤 진지하고 진심이셨고, 남자친구도 인도인이셨었어. 마르진 않으셨지만, 요가로 다져진 탄탄하고 안정감 있는 체격과 온화한 표정이 아직도 생각나.     


요가원이 아닌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는 요가 수업이었지만, 웃자이 호흡과 아사나를 아주 제대로 알려주셨던 그 선생님 덕분에 요가를 꽤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더 요가의 다양한 매력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요즘 나에게 충만한 요가시간을 선사해 주시는 선생님도 새롭게 만난 요가인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가 연강을 들었던 날 - 몸이 너무 찌뿌둥하고 강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는 상태일 때는 주말에 수업을 두 번 연달아 들을 때가 있어 - 우연히 수업과 수업 사이 뜨는 시간에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요가도 선생님에 따라서 스타일이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있잖아? 나는 차분하고 안정된, 약간은 느리고 긴 호흡을 가진 요가가 좋더라고.     


그 요가 선생님은 자신의 수업이 ‘너무 차분하거나 쳐지거나 느리지 않은가? 느려서 재미없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나는 ‘그게 너무 좋은데요. 저랑  잘 맞고, 그것 때문에 선생님 수업을 찾게 돼요. 아마 저와 같은 회원들이 꽤 있을 거예요. ’고 말해드렸지.

     

용기를 드리려고 일부러 한 말이 아니고, 진짜 그랬거든.

다 자신과 호흡이 더 잘 맞는 선생님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선생님의 차분함과 진지함, 요가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 그리고 회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좋은 구절을 가져오셔서 함께 나눠주시는 것, (본인은 잘 기억 못 하시는 것 같았지만) 아사나 중간중간에 회원들에게 해주시는 말들 다 좋더라.


나는 그분이 오래오래 요가를 하셔서 나와도 오래오래 지속되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한 번은 선생님이 “자신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갔다가, 머무르셔도 좋고, 힘들면 다시 돌아오셔도 됩니다.”, “아사나가 안되면 일단 억지로 하려 하지 마시고 흉내만 내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뜻은 ‘아사나를 무리해서 하지 말고, 자신이 감당 가능한 곳까지 가보고, 그게 힘들면 다시 그전단계로 돌아와도 된다.’는 것이었어.     


그런데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이 위로가 될 때가 있잖아?     


항상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더 잘하기 위해서, 안 돼도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그런 압박을 받을 때가 많은 환경 속에서는,


왠지 요가도 잘해야 할 것 같고, 자세가 안되면 창피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은 잘하는데, 나만 혼자 바둥대고 있으면 ‘내 몸은 왜 이러지.’ 하면서 속상할 것 같고... 그럴 수 있잖아.     


요가는 자기 몸 상태를 스스로 알아가고, 조금씩 나아질 수 있도록 개선시켜 나가는 ‘과정 ’에 있는 것이고, 괜히 승부욕에 불타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경쟁심이 생기면 과하게 하려다가 부상이 생길 수도 있고 위험할 수 있는데, 


선생님이 먼저 “무리하지 말아라.”라고 얘기해 주니 더 부담 느끼지 않고 안정감 있게 나 자신의 상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어.     


 몸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어느 정도가 되면 나에게 무리가 되는 것인지 스스로 좀 더 체크해 보게 되고, 조금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으면 더 나아가면서 시도해 봤다가, 안 될 것 같으면 현재의 상태에 머물면서 좀 더 그 순간을 지켜보면서 느껴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몸이 적응을 해서 다음에는 좀 더 나아간 상태로 진행이 되더라고.      


그러면 선생님이 귀신같이 알아채시고는, 조금 더 도전을 해볼 수 있게 도와주시더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약간의 도전과제를 도와주시는 거지.     


이런 날은 “조금 더 어려운 상태를 시도해 보면, 어느새 몸은 ‘살려고’ 스스로 가장 적당한 지점을 찾아 힘을 주고 버틸 수 있게 된다. 시도해 보자.”라고 얘기해 주셔 ㅎㅎ     


선생님이 한 말들이 서로 반대될 수 있는 말들인데, 다 맞는 말이라서 신기해.     




어쩌면 요가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건,

한 번 시도해 보고  힘들면 다시 돌아갔다가,

다시 용기 내서 새롭게 앞으로 내디뎌보고 괜찮으면 그 상태에서 머물러보다가, 

조금 더 나아지면 다시 새로운 도전과제를 만들어서 또 시도해 보고,

그러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성장해 가는 거 아닐까.     


그래서 지금 자신이 머물러야 할 때인지,

조금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할 때인지,

한 발짝 성큼 내디뎌서 나아가도 되는 때인지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나현아~


요즘 너는 어때?


조금 안정된 곳에서 지켜보며 머무르는 중이야?       

아니면,

뭔가 새롭게 시도를 해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야?




[사진 : 황현아 作, Who's faster]

[우주에 떠 있는 달,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멀리서 보면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 순간 제각각의 방향과 속도로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달과 구름, 배 중 누가 더 빠른지 따져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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