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P.S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청춘'이라고 불리는 우리에게 바칩니다.
한 때,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들었고 상처를 치료하기보다는 숨기기에 급급했던 때가 있었다. 이 순간, 가장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단지,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의 특별함을 감추고 평범함으로 위장해 그 세상에 숨어 살게 된다. 맞지 않는 옷은 끝내 불편함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가장 안전해야만 하는 내 세상은, 겹겹의 벽과 울타리로 가려지고 숨을 조여 온다. 결국 소중히 다뤄져야 할 나만의 세상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 흔히 누구나 쉽게 내뱉는 말이다. 나쁜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괜히 지나가는 청춘은 가시에 찔린다. '처음'이라서, 몰라서 도전할 수 있고, '응원'받을 수 있는 우리의, 나만의 '청춘을' 부서지는 게 당연하다고 취급하는 것 같아서.
내가 겪었던 첫 번째 사회는 모든 게 새로웠고, 서툴렀다. 시간 지나 오롯이 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때, 그제야 스스로가 감정을 다루는 일에 낯설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 마음과 돈이 필요했다. 나의 의지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고 선택받고, 그 과정 속에서 '사회'와 '비즈니스'를 배웠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날 것의 감정이었다. 질투, 시기, 부러움, 욕심, 사랑, 우정, 친절, 배려, 무시, 배신, 이별, 슬픔, 기쁨, 미움 등의 다양한 감정은 내게 버겁게만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때때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스로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내가 나로서 느끼는 감정의 폭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상처는 무엇일까? 바로 감정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회에서 가져야 하는 게 꼭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소속감이다. 사회에서는 소속감이 자신을 나타내는 하나의 방법이다. 가수 허희경의 '김철수 씨 이야기'라는 곡이 있다. 가사를 살펴보면
'특별하다고 한 너는 사실 똑같더라고/ 특별함이 하나 둘 모이면 평범함이 되고'라는 소절이 있다. 가장 공감을 많이 받았던 부분이다. 하나의 무리에 소속되기 위해 특별한 사람들이 모인다. 하나의 평범함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소속된 사람들의 목적이나 공통점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보기 때문에 결국 그들은 하나의 평범함이 된다. 그러나 그 소속 안에서도 치열한 전쟁은 계속된다.
나는 그 소속에 감히 뛰어들었고, 결국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소속에서 끝없이 나를 증명하려 했고, 사랑받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다. 시간이 흘러 단단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특별함이 주는 평범함이 있고,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울 때가 있고, 평범함이 주는 빛나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그냥 가장 소중한 '오늘'을 살아가는 데 의미를 두는 건 어떨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가장 특별한 '나'를 가장 아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면서도 가장 '특별'하지 않은 '나'를 들여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