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P.S 매번 주어진 위치에서 나부끼고 끝없는 고민으로 머뭇거리고 고통스러울 우리, 청춘에게 바칩니다.
최근 나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들었던 조그만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예상은 해봤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세상 어느 것 보다 가장 큰 '배신'이라고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쩔 수 없는 나의 상황을 단순히 시간을 내주지 않는 사람으로, 이제는 가벼이 보게 만드는 관계들이 늘어만 갔다. 나의 노력을, 나의 아픈 순간들을 이제는 알아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나의 옛사람들.
'어른'으로 향하는 길목 중 하나의 관문. '인생을 함께할 내 사람을 만드는 것'. 살다 보면 넓은 관계도 좁지만, 나와 함께 인생을 즐길, 함께 맞춰 걸어갈 좁고 깊은 관계를 만드는 건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인생의 환경이 바뀌면 연락조차 하지 않을 사람이 많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이 바쁘고, 삶에 치이다 보면 '나'조차도 살펴볼 겨를이 없는 그런 순간들이 종종 생기곤 한다. 의도하든 아니든 그런 순간이 점차 늘어가다 보면 때론 어떤 관계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릴 때처럼 철없이 맘껏 울어보고 웃어보는 건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바쁜 순간들 속에 나의 위치가 바뀌어서, 내가 하는 일 때문 등 다양한 이유들로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지속적으로 마음이 움직여 연락하며 만날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해진다는 것이 뼈아팠다. 그러나 얕고 넓게만 사람을 사귀기는 싫었다. 그런 사람들만 계속 사귀다 보면 진정으로 이해하고 의지할 수 있는 '내 사람'과는 더 거리가 멀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의지할 수 있는 깊은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사회생활이 바쁠수록 더욱 힘이 되어 갔다.
기쁘고 힘든 순간들에 내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때로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 스물다섯. 어리고도 가장 바쁘게 치일 나이. 내가 바라보는 스물다섯은 그렇다. 서서히 어른의 길로는 진입을 해야만 하는 가장 무서운 나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걸 느끼다 보면, 절음은 잠시일 뿐이라는 무서움이 조금씩 느껴진다. 이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인생의 목적, 목표, 인생관, 그리고 그 어느 순간에도 나의 기준점이 되어줄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아등바등 중이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잠깐이라도 보이면 한 가지 길을 깊게 파기 위해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젊음'은 단지 젊다는 이유를 핑계로 꿈을 좇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나름 열심히 살아간다고 내 바다에 조그만 파도를 계속 일으켜보면서도, 때론 외로움이 아픔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친하게 지내던 사람과 연락할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때때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진다. 그러함에 마음의 위안을 찾아주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또 노력한다. 아니, 노력해야 한다. 편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친구를 찾아 가볍고 편한 대화로 외로움을 해소해보기도 하고, 웃기 위한 순간들을 하나씩 모아가기도 한다.
때때로 건강의 위협으로부터 죽을뻔한 위기를 겪어보고, 아직도 겪는 중인 스물다섯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꿈꾸는 어른이 되고 싶지만, 모든 순간에 꿈을 꼭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한 곳에만 에너지를 쏟는 건 내 삶의 균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길을 찾고, 그 길을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때론 삶에 지쳐 무너져가고 있다면, 쉬어갈 줄 아는 지혜와 휴식을 종종 챙길 줄 아는 어른. 충분히 쉬어가며 때론 질주할 줄도 알며 선택과 집중을 잘할 수 있는 어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가 '나'를 잃을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어른. 그리고 그 이유가 비단 '꿈' 때문이더라도,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이룰만한 소중한 꿈은 없다는 것을 알고 살아갈 줄 아는 그런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지만, 내가 꿈꾸는 어른은 '나'를 사랑하고 사랑이 가득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