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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Oct 13. 2022

있는 척 좀 할게요!

사랑아 강건하여라_나태주 시인

언제나 봄은 봄이 아니었다. 언제나 가을도 가을이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나 봄은 봄이었고 가을은 또 가을. 봄을 가슴에 품고 가을 생각 잊지 않으면 봄이 아니어도 봄이었고 가을이 아니어도 가을이었다.



                         나태주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서문_사랑아 강건하여라 中









없어도 있는 척 얘기하는 거 나쁘지 않네...



늘 못 가져 안달이었고 남을 부러워하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곤 했는데

7살 아이가 가르쳐 준 지혜라고나 할까.



작년까지만 해도 짜증스러웠다.

슬프기도 했고...

왜 자꾸 생각나게 얘기하냐고!!

없는 동생을...



달님, 왜 제 소원은 안 들어주시나요?

4명에서 3명으로, 우리 가족의 진화




유산했던 그 해에도,

작년에도 올해도,

아이의 그림에는 간간히 동생이 등장한다.


2020년 6월


2022년 9월


2022년 9월




"엄마, 딱풀이는 이제 몇 살이야?"

"......."




지금 없지만 있다고 생각하는 거 나쁘지 않네...



있을 때 충분히 기뻐하지도,

잘해 주지도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었다.



이전에 초기 유산 경험이 있는 데다

이번에는 하혈까지 하고,

병원에 3주나 누워 있어야 하는 통에

나는 불안하고 걱정스럽기만 했다.



안정기에 접어든 1주일 정도 마음이 편안했나?!



그러다...

가버렸다...



너무 슬프고 억울한 나머지 미워했다.



'차라리 오지를 말지, 고생만 시키다 가냐고...'



기다긴 기다림 끝에 나에게 와 주어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그 기쁨과

동생의 존재감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이에게 남겨진 충만함은 어쩌고...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이제는 전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고...


우리 다시 꼭 만나자고...








사랑아, 너 그냥 그 자리에서 있거라. 가까이 오려고 애쓰지 말아라. 웃고만 있거라. 경건하여라. 울지 말아라. 지치지 말아라.


우리는 헤어져 있어도 헤어져 있는 것이 아니란다. 멀리 살아도 언제나 만나고 또 만나는 것이란다. 하늘에 바람결에 소식 띄운다.



                               나태주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서문_사랑아 강건하여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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