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아빠랑 밤새 김치 담갔지
우리 큰딸래미 사위랑 김치
맛있게 먹어라 이잉
(어느 춥디 추운 매서운한파의
12월의 겨울날
김장을 정성껏 해서 보내신 부모님
손이 동상 걸릴 것 같이 춥다야
하시면서도 자식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을 지금도
난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지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전라도에 시골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은 해년마다 김장김치를
보내 주셨다
드문드문 시댁에서도
몇 번씩 챙겨주셨지만
친정에서 많이 받았어요 하면서
시댁에서는 김장김치는 받지 않기도 했다
(챙겨주신 시어머님께도 감사하다)
우리 부모님은
밭에 심으신 배추를 수확하셔서
김장김치 100 포기에서 150 포기 정도는
거뜬히 절이시고 담그신다 자식들 다 나눠주시고 본인들 드실 김장김치만
조금씩 남겨서 드셨다
(이제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자녀들 도움 받지 않으시고
두 분이서 즐겁게 당연스레
그렇게 수십 년을 김장김치를
담그셨다
아버지는 10남매 중에
위로 누님두분 그리고 아버지
아래 남동생 셋 여동생 넷
그렇게 10남매 중에서 큰아들
장남으로 태어나셨다
엄마가 시집오셨을 때
고모 네 분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셨다고 한다
큰고모 두 분은 전라도 광주, 곡성으로
시집을 가시고
우리 엄마 아빠 두 분은
우리 이모할머님의 중매로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그 많은 식구들이 시골집에서
함께 사셨다고 한다
옛날 옛적 그 시절에는 어떻게
김장김치를 담그셨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내가 국민학교 저학년
다니던 시절
김치 냉장고가 아직 없을 때였다
그때는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엄마 아빠
모두 함께 김장김치 담그기를
하셨던 것 같다
집 뒷마당에 흙을 파내고
김장김치를 항아리에 담아서
다시 그 항아리를 흙으로 덮었다
춥디 추운 겨울에 손 꽁꽁 얼어가며
어찌 그렇게 하셨을지 ㅠㅠ
김치 꺼내 먹을 때면
우리 집 사 남매는 엄마 뒤를
쫄쫄 쫄 쫓아다니면서
구경을 했었다
겨울에 눈이 속복이 쌓이는 날이면
땅이 더 꽁꽁 얼었다
눈이 쌓인 것을 쓸어내고
엄마가 항아리 뚜껑을 열면
그곳에 예쁜 곱디고운 고춧가루
옷을 입고 온갖 맛깔스러운
김장김치 양념을 김칫소를 입고
있던 그 김장김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우리 엄마표 솥단지 장작불에
정성 들여 만들어주신
뜨끈한 밥에 먹으면
그렇게나 맛있었다
엄마가 손으로 죽죽 찢어서
밥 위에 올려주신 맛난 김장김치
그때 그 시절에는 시골에서 한 겨울에
뭐 특별하다 하는 반찬은 없었다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건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서 날마다 장날에 시내에 내려가셔서
사 오신 갖가지 생선들
잘 손질하셔서
석쇠에 올려 장작불에
맛깔나게 구워주신 생선구이와
김장김치 그리고 참기름 바르고 맛소금
뿌려서 구워주셨던 김구이 그리고
정성 가득 김장김치가
우리 집 최고 귀한 반찬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아도
부모님은 우리에게 김치 담그기를
시키지 않으셨다
그저 담가주시는 김치만 먹을 줄 알았지
내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출산하고
키우면서 이제는
김치도 조금씩 담글 줄 알게 되고
겨울 김장김치도
담가먹게 되니
이게 그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추를 절이고 헹궈내고
물기를 빼고 김치양념을 준비하고
김장김치 양념을 버무리고
김치통에 잘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잘 숙성시켜서 가족들이 맛있게
먹기까지의 그 과정들이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고 벅찾다
이렇게 힘든 거였다니
김치를 담그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김장김치도 다 떨어질 때 되었을 텐데
요즘 김치는 어떻게 먹고 있냐"
"엄마 걱정하지 마소 지난번에 3월에
열무김치랑 알타리무 김치 담가서 다 먹고
또 얼마 전에 열무랑 알타리무 장에 가서
싸게 사 와서 잔뜩 담갔네
우리는 집에 김치 떨어지면 난리 난다니까
하하하 엄마 우리 먹을 김치 쌔붓어 걱정
하지말아요"
"그래 우리 딸내미 김치 담가 먹을 줄 안게
좋네 이잉 애들도 김치를 잘먹응게 이잉"
어제 엄마랑 통화하면서 김치이야기가 불쑥 하하하
자식이 잘 먹고 사는지 하시는 마음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시겠지요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신지 올해 3년이
되었네요 마음 한편이 늘 마음 시린 게
있더라고요
자식이 씩씩하게 잘 살아내는 게
또한 부모님께 효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우리 사 남매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엄마에게 이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무척이나 좋아하셨답니다
하늘나라에 계시는 우리 아빠
우리 사 남매 키워주시느라 엄마랑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드립니다
따스한 봄만 되면 아빠가 너무 그리워져서
길 걸어가다가도 혼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려서 눈물 닦았는데
이제 따스한 봄이 지나 가고 있네요
아빠 거기서는 아픔 없이 편안하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