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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꿈맘 Nov 26. 2021

그지 같은 그 옷 좀 입지 말고  버려라

참 희한하게도 나는 낡은 11년째 된 이 옷이 너무 좋다

너는 왜 그렇게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니
그지 같은 옷 좀 입지 말고 내다 버려라

왜요 어머님 이 옷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요
버리기는 왜 버려요
뭐 어때서요 좋기만 한데요

시어머님은 본인의 취향이 아니셨나 보다

사촌동생에게 받은 이 옷은
처음 입었을 때도 거의 새 옷
같았다

이 옷을 선물 물려받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쯤부터
시어머님은 내가 이 옷을 입을 때마다
그렇게나 잔소리를 하셨다 ㅋㅋㅋ
그럼에도 나는 꿋꿋하게 잘 입고 다니고 있다



남편 옷이든 아이들 옷이든 신발이든 머리든

조금 마음에 안 드시면

옷을 왜 그렇게 입고 다니냐 신발은 왜 그런 걸 신고 다니냐 머리는 왜 그러냐 하시며 잔소리를

은근히 하시는 시어머님

어느 날 내가 입은 베이지색 점퍼가 마음에 안 드셨나 보다

그지 같은 옷 내다 버리지 그런 걸 왜 입고 다니냐

하시며 잔소리를 한 바가지를 하신다


하하하 그때는 그 말이 너무너무 기분이 나쁘고

사람 무시하는 것 같고 그렇게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내가 입고 다니는 옷 중에 제일 좋아하는 그 옷이

바로 시어머님이 그지 같은 옷 내다 버리라고 하시는

그 옷이다 모르겠다 나는 그냥 이 옷이 너무 편하고

좋은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는가


첫째 아이 태어 난지 몇 개월 안되었을 때쯤에

서울에 사시는 둘째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결혼한 사촌동생이 일본으로  가게 되었는데

사촌동생이 입은 옷들이 버리기에 너무 아깝고

사촌동생이 옷이 워낙에 많은 편인데 몇 번 안 입고

새 옷 같은 옷이 많다고 하시며 짐을 최대한 줄여서

가야 하는데 아까운걸 다 버릴 수도 없다 하시며

새 옷 같아서 사이즈가 나랑 거의 비슷하게 입어서 배로 보내 주시겠다고 하시며 전화를 하셨다


나는 너무 잘 되었다며 냉큼 받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이모가 옷을 한가득 택배로 보내주셨다

새 옷 같았다 

그중에는  모피코트? 비슷한 옷도 한 개 있었는데

그 옷은 어떻게 코디를 해야 할지 대략 난감해서

아직까지 한 번도 입고 외출한 적이 없다

올해 겨울에는 어떻게든 코디를 해서 입어볼까 싶기도 하다

또 늦가을에서 초 겨울쯤 까지 입을 수 있는 블랙

가죽재킷도 함께 보내 주셨다

그런데 이 옷도 잘 안 입는다




내가 딱 정이 가는 옷 베이지색 야상 늦가을이나

 겨울에도 잘 입고 다니는 옷이다



오래 입다 보니 이제 소매 부분이 많이 낡았다


소매 부분을 안으로 접어 넣어서 디자인을 바꿔보고 싶다 동네 세탁소 사장님께 여쭤 보니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동네 세탁소 사장님께서 무슨 옷이 드니

수선을 잘해 주시니 너무 좋다


한 번은 이 자크 손잡이 부분이 고장이  나서 딱 한번 교체 수선한 것 외에는 정말 지금까지

너무너무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니고 있다


별빛 꿈 맘: 저희 시어머님은 저보고 그지 같다고
갖다가 버리라고 하시는데
저는 이 옷이 너무 편하고 좋은 거예요
버리기도 너무 아깝고
그냥 계속 입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세탁소 사장님: 하하하 뭐 어쩌겠어요
본인이 좋은걸요
 이 옷이 편하고 좋으니까  입는 거잖아요

별빛 꿈 맘:네, 너무 편하고 좋아요
따뜻하기도 하고요
10년 넘게 오래 입다 보니 조금 낡기는
낡았는데요 소매 부분만 낡았지
다른 데는 정말 멀쩡해요

세탁소 사장님: 그니까요 소매 부분만 낡았지
다른 데는 멀쩡하네요



세탁기에 그냥 물세탁 편하게 해도 좋은 옷이다

특별히 드라이를 맡길 필요도 없고 정말 좋다



나는 왜 이렇게 소매가 낡을 데로 낡은 이 옷이

이렇게나 정이 가고 좋은 것일

이쯤 되면 정말 버릴 때도 됐는데 말이다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 편하고 좋은데 어쩔 것인가



7세 막내 아이가 자기가 좋아 하는 애착 인형 얼굴 그려 주는중이다

우리 집 7세 막내 아이가 요즘 무척이나

애정 하는 애착 인형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이 옷을 바라보는 그 마음이 꼭

그런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옷은 우리 집 초등 4학년 첫째 아이 아가 때 아기띠

매고 겨울 포대기 두르고 이 옷을 입고 쪼그만 했던

첫째 아이를 품에  안고 품이 넓은 이 옷으로 마치

아기띠와 세트 옷 마냥 바람막이 자크를 잠그면

한 겨울에도 아이에게도 엄마인 나에게도 따뜻한 온기가 잠바 속에 데워지는 듯 너무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2011년 11월 수덕사 여행갔을 때_첫째 아이 생후 6개월 쯤
삼 남매 추억이 담긴 바람막이 담요

그렇게 둘째 아이도 막내 아이도 태어나서 겨울을

지날 때면 첫째 때 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품에 아기띠에 안고 이 잠바를 샤샤삭 입고 자크를 딱

잠그면 아이와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찬바람을 막아주기에 정말 좋았다

겉에다가 저 빨간색 물방울무늬 담요를 한번

더 둘러 주면 바람막이로 정말 최고였다

물방울 빨간색 애기 바람막이 담요 우리 집 삼 남매

아가 때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

흐미 요것도 아가 때 시절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직도 집에 잘 간직하고 있다



모르겠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옷은 정말 정이 많이 가고

이 옷을 입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막 그렇다

많이 쌀쌀해지는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쯤에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올해에도 꺼내어서 요즘 따뜻

하게 잘 입고 다니고 있다

요즘에 소매 부분이 많이 낡아서 조만간 동네 세탁소

사장님께 수선을 부탁드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또 그것도 할까 말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나만 편하면 됐지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오늘도 포근하고 따뜻한
이 옷을 입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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