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덕분에 따뜻하게 머무른 독립서점. 커피문고

커피문고 영업 종료 되었습니다.

by Starry Garden
덕분에 따뜻하게 머무른 독립서점. 커피문고.


한 달 전. 커피문고 영업 종료 일정을 알렸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단골들에게는 남은 쿠폰을 써달라 부탁을 했다. 이제는 만나지 못한다는 마음 덕분일까? 평소보다 많은 음료를 구매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쿠키와 마들렌을 한 아름 사시기도 한다.


어떤 분은 작은 서가를 돌며 책을 가져가신다.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소품이라며 구매하셨다. 단골들의 대부분은 거기서 그치지 않으셨다.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오래도록 음식점을 운영하신 어르신은 자영업자의 아픔을 고운 말로 어루만져 주셨다.


"그동안 맛있는 커피 덕분에 즐거웠어요. 뭐든 잘할 거야."


오래도록 독서모임의 일원이자, 최초의 커피문고 단골은 무척 아쉬워하시며 마지막 날까지 출근 도장을 찍으셨다. 그뿐만 아니다. 먼 길을 건너오신 분들도 있다. 다녀가시고는 글을 남겨주신 분들과 계셨다. 특히 브런치 스토리 글벗님들에게 감사하다.


KakaoTalk_20240201_160308439_13 (1).jpg
KakaoTalk_20240201_160308439_14 (1).jpg
KakaoTalk_20240201_160308439_15 (1).jpg
마지막날 커피문고


희수공원님은 커피문고가 무대이고, 나와 동생이 섞여있는 소설을 남겨주셨다. 언젠가 천천히 필사로 글을 마음에 새기고 싶다. 큰 마음을 받으니, 어떤 마음으로 돌려드려야 할지. 방법은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네모 님도 따스한 마음을 가득 담을 글을 남겨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 믿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멋진 이들, 마음이 뜨뜻한 이들이 많다고 믿게 하셨다. 시간이 엇갈려 만나지 못하고, 흔적만을 이야기로 들어서 마음이 따갑다.


담담 글방님은 북토크를 열어주셨다. 커피문고 끄트머리. 어려운 시간을 내어 와 주셨다. 쾌활한 기운을 몰고 오셔서 내게 힘을 잔뜩 넣어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동생에게는 용기를 가득 주유해 주셨다. 동생은 어디든 멀리 갈 수 있는 힘이 생긴 모양이다.


흐지부지 님(흐지과 부지님. 두 명이다). 흐지님이 오셨다. 먼 발걸음을 하셨다. 손에는 무거운 선물까지 들고 오셨다. 처음 만났지만, 자주 만난 친구처럼 수다를 떨었다. 책도, 글도 이야기를 나누니 즐겁기만 했다. 응원을 잔뜩 남기고, 다음을 약속했다.


따뜻한 기운을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장비도 더디지만 정리하고, 책들도 다시 주인을 찾아 돌아갈 테다. 이 기운을 마음에 담아 두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즌 2를 준비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오고 싶다. 여러분의 모든 말씀을 기억하려 한다.


우리가 만들어둔 공간의 온도는 우리가 만들어낸 줄 알았다. 사실은 많은 분들의 마음 덕분에 따뜻했다. 언제 다시 이런 경험을 해보랴. 다시 올 기회를 기대하며 기다린다.


"안녕, 커피문고. 안녕히 계십시오. 여러분."


KakaoTalk_20240202_092849227.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