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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쌤 Nov 27. 2024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고흐,

그리고 고흐의 귀를 자르게 만든 것으로 더 잘 알려진 폴 고갱,


35세의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된 고갱은 당시 프랑스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서양 미술계는 오랫동안 원근법과 입체감을 표현하려 연구해 왔는데 고갱은 원근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화면이 꽉 차 있는 평면적인 그림을 그렸다. 시대를 앞서간 것일까? 이런 고갱의 그림에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상처받은 고갱의 마음을 달래 준 곳이 바로 남태평양의 섬나라 타이티!


모자를 쓴 자화상(1893~1894년)(이미지 출처:Artvee)

"나는 타히티로 떠난다.

그곳에서 남은 인생을 보낼 것이다.

내 일은 그 원시의 땅에서

내가 재배할 수 있는 유일한 씨앗이다." (폴 고갱)


1891년 타이티로 떠난 고갱은 도시 문명에 물들지 않은 섬의 원주민이나 이국적인 풍경을 강렬한 원색과 단순한 형태로 그리며 평생 동안 원시 자연의 아름다운 색을 찾으려 했다.

타이티에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었던 1897년, 고갱은 악화된 건강과 생활고, 사랑하는 딸 알린의 죽음 등 아주 괴로운 삶 속에서 자신에게 남은 모든 힘을 이 작품에 쏟아부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년) (이미지 출처 : 구글 위키백과)

이 그림은 인간의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까지 일생을 표현한다.


오른쪽 아래 아이는 삶의 시작을 나타낸다. 가운데쯤 서 있는 여인은 선악과를 따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에덴동산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왼쪽 청회색의 석상은 타히티 전설에 나오는 여신 히나를, 왼쪽 아래 노파는 삶의 끝을 나타낸다. 히나의 상 옆에는 죽은 딸 알린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미술사상 가장 철학적인 작품 제목으로, 지금도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일지도 모른다. 고갱은 그의 서신에서 오른쪽의 세 여인과 어린아이는 순결한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고, 중앙의 과일을 따는 젊은이는 인생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이며, 그 왼쪽의 생각하는 여인과 늙은 여인은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고, 그리고 새들과 배경은 인생의 풍요를 표현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그는 지상의 낙원 속에서의 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하여 심오한 질문들을 던진 것이다.


고갱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우리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작품 왼쪽 상단 구석에 원래의 프랑스어 제목인 D’ où Venons Nous / Que Sommes Nous / Où Allons Nous를 새겨 넣었다. 작가가 자신의 캔버스에 쓴 비문에는 물음표나 대시가 없으며 모든 단어가 이니셜에서는 대문자로 시작되어 표시되었다.


그림의 오른쪽 위 구석에서 그는 왼쪽 상단과 마찬가지로 노란색 바탕 코너에서 서명하고 날짜를 썼다 (P. Gauguin / 1897).


이 그림은 4미터 길이의 삼베에 그린 것인데, 종이에다 먼저 밑그림을 그렸다. 고갱은 이 그림을 동양의 서적을 읽을 때처럼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이 고갱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쓴 책이다. 특히 서머싯 몸은 직접 타히티를 방문하기도 하면서 고갱의 발자취를 쫓았는데, 그 과정에서 고갱이 타히티에 남겨놨던 그림을 발견해 아주 낮은 값에 구매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달과 6펜스'는 꿈을 찾아 떠나면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고갱의 삶을 다루면서 큰 성과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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