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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룡 Sep 16. 2023

바람과 숲

     바람과 숲 


                      이성룡



바람이 분다.

숲이 바다처럼 물결친다.

나무들의 속살이 드러나고

화난 파도처럼 일렁인다.

바람은 

고무줄놀이 소녀를 훼방 놓는

장난꾸러기 소년이다.


바람이 분다.

숲의 바다 속을 헤엄친다.

나무들에 부딪혀 쓰러져도

불굴의 오뚝이처럼 달려간다.

바람은 

예쁜 소녀를 쫓아 가다가

돌부리에 채인 소년이다.


숲은 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고

치마까지 뒤집어지는데

바람은 숲에게

가는 길 막지 말라한다.


바람이 불어 

시원할 때도 있으니

가더라도 얌전히 가라 일러 보자.

바람이 흐림을 밀어내고

바람이 바람으로 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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