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룡 Sep 08. 2023

느티나무

 

    느티나무



                 이 성 룡


하늘이 맑아서

뭉게구름이 피어서

바람이 불어서

장마 비가 내려서

느티나무는

어느새 고목이 되었다.


태양이 뜨거워서

무더위가 짓눌러서

태풍이 다가와서

굵은 비가 떨어져서

느티나무는

그렇게 우산이 되었다.


기분이 좋아서

옆집아들이 성공해서

가족이 아파서

수매가가 폭락해서

느티나무는

세상사 묵묵히 들었다.


아침이 추워서

추수 끝난 논밭이 휑해서

삭풍이 불어서

함박눈이 쌓여서

느티나무는

홀연히 비목이 되었다.


내소사의 천년을 살아낸 고목
이전 05화 바람과 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